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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회 한국음악콩쿠르 수상자 발표/ '한국 클래식의 미래' 중고생 121명 불꽃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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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회 한국음악콩쿠르 수상자 발표/ '한국 클래식의 미래' 중고생 121명 불꽃 경쟁

입력
2008.06.12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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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35회 한국음악콩쿠르는 총 121명(피아노 51, 바이올린 36, 첼로 18, 플루트 16)의 중고생이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지난해까지 통합 실시하던 중등부와 고등부를 분리했으나 중등부는 17명으로 참가가 저조했다.

5월 26일부터 나흘간 장천아트홀에서 예선을 치른 뒤 본선에는 피아노 11명(중등 2, 고등 9) 바이올린 10명(중등 5, 고등 5), 첼로 7명(중등 2, 고등 5), 플루트 2명(고등)이 진출해 6월 2, 3일 이틀에 걸쳐 입상자를 가렸다.

첼로는 중, 고등부 모두 1위를 내지 못했고, 올해로 두 번째 열린 플루트 부문은 고등부 2위를 내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중등부는 바이올린에서만 1위가 나와 입상자는 모두 14명이었다.

본선 채점은 100점 만점(70~100점) 기준으로 점수를 매긴 다음 최고점과 최저점을 뺀 나머지 점수를 합쳐 등위를 결정했다.

◆본선 심사위원 (피아노) 김석(전 경희대) 김형배(서울대) 김희진(상명대) 박미애(성신여대) 박수진(숙명여대) 이영희(카톨릭대) 한형실(경원대) 교수

(바이올린) 현해은(서울대) 명예교수 장현정(경원대) 겸임교수 김의명(한양대) 최민재(중앙대) 최인철(관동대) 김정민(서울시향 수석)

(첼로) 김지훈(동덕여대) 박경옥(한양대) 백청심(서울대) 윤영숙(서울대) 임경원(성신여대) 지진경(중앙대) 홍성은(단국대) 교수

(플루트) 배재영(숭실대) 이봉환(국민대) 이지영(추계대) 이혜경(단국대) 교수 한기세(전 서울시향 수석)

[본선 심사평]

■ 피아노 : 고등부 대부분 테크닉 뛰어나 9명이나 본선行

고등부 1위 이화연은 매우 침착하고 성숙한 음악을 들려줬다. 좀 더 젊은이다운 활력이 느껴졌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1학년 학생들이 2, 3위를 했는데 신선한 느낌은 있었지만 나이가 어려서인지 음악적 성숙도가 다소 부족했다. 앞으로 좋은 연주를 하리라 기대한다.

고등부의 경우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뛰어난 기량과 테크닉을 갖추고 있어 본선 진출자가 9명이나 나왔다. 그러나 간혹 의욕이 앞서서 자제력을 잃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고등부와 분리 실시된 중등부는 홍보 부족이었는지, 예선과 본선이 모두 지정곡이어서인지 참가자가 적었다. 전체적으로 기량도 미흡해 1등을 내지 못하고 2등과 3등으로 격려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참가자들에게 음악의 깊이를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음악에 피상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작곡가의 의도와 작품 분석을 좀 더 정확하게 하기를 바란다. 김석(전 경희대 교수)

■ 바이올린 : 중등부 유일한 1위 배출… 세련된 솜씨 돋보여

올해 바이올린 부문은 36명이 열띤 경쟁을 펼쳤다. 고등부 1위 권그림은 차이코프스키 협주곡이라는 대곡을 화려하면서도 정교한 테크닉으로 거뜬히 소화했다. 바이올린이 지닌 색채와 묘미를 끌어내 연주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앞으로 더 대가적인 연주를 기대해 본다. 2위 하유나는 비외탕 협주곡 5번을 풍부한 음량으로 개성있게 연주했다. 강하고 따뜻하며 빠른 스타카토, 펼친 음의 패시지를 잘 연주했다. 하지만 너무 빠른 템포가 음정을 불안하게 했고, 패시지가 소홀히 다뤄진 듯한 인상을 남겼다.

3위 류관희는 시벨리우스 협주곡이 지닌 우수어린 민족적 색채를 충분히 느끼게 해줬다. 노력하는 자세와 진지한 연주 솜씨는 카텐차에서 진가를 드러냈고, 3악장은 생동감 넘치는 리듬으로 마무리했다.

중등부 1등 민조현은 브루흐 협주곡 3악장이 요구하는 힘있고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를 잘 살렸다. 화음과 코드의 음정이 불안했으나 세련되고 탄력있는 연주솜씨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현해은(서울대 명예교수)

■ 첼로 : 내년에는 1위 입상자 나오기를 기대

중등부 3위 고영주는 랄로 협주곡 3악장에서 유창한 연주를 들려줬지만 다소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경향이 있어 아쉬웠다. 2위를 한 김유경은 보다 정확한 리듬으로 강약 조절을 살리면서 여유로움을 보여줬다.

고등부 2위를 한 배연지는 보잉과 비브라토가 건강해 밀도있는 좋은 톤으로 곡을 이끌어 갔다. 음악적 처리가 자연스럽고 완성도도 좋았지만, 곡에 깃든 다양한 분위기를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드보르자크 협주곡을 연주한 3위 홍채원은 깨끗하고 구심점있는 톤과 정교한 왼손 테크닉이 강점이었다.

하지만 작품에 어울리는 소리의 영역을 넘어서는 극히 날카로운 음질이 때때로 나오는 것은 풀어야 할 과제다. 작은 실수들을 맵시있게 처리하는 순발력이 좋았지만 처리 능력 밖의 실수가 몇 번 중요 부문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최근 학생들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콩쿠르에 나오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대학 수시 입학 자격을 얻기 위해 여러 콩쿠르에 나가다 보니 그런 것일텐데, 학생들이 완성하는 과정을 소중하게 여겼으면 한다. 내년에는 1위 입상자가 나오길 기대한다. 윤영숙(서울대 교수)

■ 플루트 : 기술적 수준 넘어 자신의 음악 완성 노력 필요

한국음악콩쿠르에 플루트 부문이 생긴지 올해로 2회째다. 하지만 아직까지 플루트 부문이 있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참가자가 적었고, 특히 중등부에서는 본선 진출자를 내지 못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플루트를 전공하는 중ㆍ고등학교 학생들의 수준은 너무도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다. 각자의 소리나 기술적인 면에서는 매우 뛰어나다. 이제는 작곡자의 의도에 가까이 접근하면서도 본인의 음악을 만들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나타의 경우 플루트 라인만 공부해 곡 전체의 흐름이나 구성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각 악장의 특성을 어떻게 다른 색깔로 표현할지 등 끝없는 연구와 본인과의 대화가 있어야만 듣는 사람의 가슴에 그 음악이 전달된다.

고등부 예선에서 모차르트 협주곡을 탁월하게 연주해 심사위원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두 명의 본선 진출자들이 본선 과제곡 라이네케 소나타 <운디네> 연주에서는 '물의 요정'의 슬픈 사연을 다 들려주지 못해 아쉬웠다. 이혜경(단국대 교수)

[부문별 1위 입상자]

■ 피아노 고등부 이화연(18ㆍ선화예고) "초등학교때 소년한국일보 콩쿠르 입상 인연"

"한국일보와 각별한 인연이 있나봐요. 음악실장 이양숙 선생님과 저를 지도해주시는 임종필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이화연양은 환한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다섯살 때부터 취미로 피아노를 배운 이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소년한국일보 콩쿠르에서 입상한 이후 피아노를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그 때 콩쿠르 때문에 예중에 진학했거든요. 고등학교 시절 마지막으로 나간 이번 콩쿠르에서 1등을 해서 너무 기뻐요."

원래 성격이 급한 편이라는 이양은 "이번에는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편안하고 대범하게 하자고 마음을 먹었더니 좋은 결과가 왔다"면서 "음악적으로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모든 악기의 소리를 다 낼 수 있다는 것이 이양이 생각하는 피아노의 매력. 이양은 "기술적으로 잘치는 연주자보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청중들에게 공감시킬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은 게 꿈"이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연주자는 예프게니 키신.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이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부상으로 피아노를 받게 된 이양은 "집에 있는 피아노가 낡았는데, 새 피아노로 연습하면 새로운 마음이 들 것 같다"며 웃었다.

■ 바이올린 고등부 권그림(18ㆍ서울예고 3) "하늘로 떠나신 선생님과 약속 지켜 다행"

권그림양은 지난해 한국음악콩쿠르에서 3등을 했다. 당시 권양을 지도하던 선생님은 실망한 제자에게 "괜찮다. 내년엔 꼭 1등 하자"고 말했다. 약속대로 권양은 1년 후 1등을 했지만, 선생님은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났다. 권양은 이번 1등으로 선생님의 이름이 걸린 장학금을 받는다. 고 이종숙 서울대 교수 추모 장학금이다.

"꼭 1등을 하고 싶었어요. 선생님이 살아계실 때 1등을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선생님과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게 돼서 다행이에요. 이종숙 선생님은 너무 따뜻한 친할머니 같은 분이셨어요. 넌 참 독특한 아이다, 남들과 다른 연주자가 될 거라고 격려도 많이 해주셨죠." 권양은 "선생님의 이름이 걸린 장학금까지 받게 돼 더욱 뜻이 깊다"면서 "선생님을 기억하면서 간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섯 살 때 유치원에서 바이올린을 시작한 권양의 꿈은 정경화 같은 멋진 연주자가 되는 것. 작년 겨울방학 때 이종숙 교수의 주선으로 미국에서 두 달간 직접 레슨을 받은 적도 있다. 권양은 "단순히 실력만 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하고 꿈과 희망을 가지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바이올린 중등부 민조현(15ㆍ예원학교 3) "안네 소피 부터처럼 멋있는 연주자 되고파"

민조현양은 중등부 4개 부문에서 유일하게 1위를 한 주인공. "바이올린에서 2, 3등도 없이 1등을 해서 더 좋아요. 그만큼 더 잘했다는 뜻이잖아요. 본선 과제곡인 브루흐 협주곡이 제 스타일과 잘 맞았나봐요. 선생님들께서 소리가 건강하고 단단하다고 하세요." 민양은 "사실 잘하는 친구가 같이 나갔는데 그 친구가 실수를 해서 1등을 한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유치원 때 장난감 바이올린을 처음 잡았다는 민양은 "초등학교 때는 바이올린 때문에 소풍도 못가고,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솔직히 그만두고 싶은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음악 외에 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한다. "오케스트라에서도 바이올린이 왕이잖아요. 소리도 답답하지 않고 바이올린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여러 콩쿠르에서 1등을 한 경력이 있는 민양은 "많이 떠는 편인데 이상하게 무대에 올라가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는 안네 소피 무터. "얼마 전 내한공연 때도 보러 갔었어요. 소리를 쉽고 편안하게 내는 게 보기 좋았어요. 나이가 들었는데도 여전히 멋있었구요. 저도 나중에 그런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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