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미국 의회가 문제해결을 촉구해준 것도 고마운 일이지만 당사자인 일본이 책임지고 진실을 인정하는 걸 들었으며 좋겠습니다. 그걸 여러분에게 부탁하려고 모진 세월을 겪고도 이렇게 살아있나 봅니다.”
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시민단체연합이 10일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우리들의 공청회’ 자리에 선 길원옥(80) 할머니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유럽연합(EU) 의회 등에서 수차례 군위안부 참상을 증언한 그지만 13세때 평북 희천에서 공장에 취직시켜주겠다는 속임에 만주로 가 ‘위안소’에 갇힌 채 수년 동안 일본 군인을 받아낸 기억을 떠올릴 때는 당시의 아픔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했다. “생리를 시작하자 이름뿐인 관리인에게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시끄러워 가서 일해’라는 말뿐이었습니다. 깔고 누웠던 요가 피로 물들면 적당히 접어서 다시 그 위에 누웠습니다.” 시민단체의 초청을 받고 참석한 일본 국회의원 10명의 얼굴이 숙연해졌다.
길 할머니는 “군위안부 피해자들이 지난해 13명, 올해 3명 세상을 떠났다”며 “그때는 전쟁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를 대도 좋으니 일본 정부가 한마디만이라도 진실을 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증언 자리는 입법 심사과정에서 열리는 정식 공청회는 아니었다. 지난해 미국 하원을 비롯해 EU, 호주, 네덜란드 의회의 군위안부 결의를 이끌어낸 여세를 몰아 당사국인 일본에서 국회 입법을 이끌어내고자 시민단체가 마련한 자리다. 공산당 활동중 체포돼 모진 고문을 당한 중국인 완아이화(万愛花ㆍ78) 할머니도 함께 증언했다.
시민단체의 노력에 화답하듯 공청회에 참석한 민주당 오카자와(岡崎) 도미코 의원은 이날 자신을 비롯해 12명이 발의하고 35명이 찬성한 ‘전시 성적 강제 피해자 문제 해결 촉진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법안은 일본 정부가 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금전적인 배상을 포함한 명예회복 조치를 강구하도록 명시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