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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인생은 길다/ "잠이나 실컷" 계획없는 은퇴는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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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인생은 길다/ "잠이나 실컷" 계획없는 은퇴는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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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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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60세에 은퇴해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수면과 식사 시간 등을 제외하면 자유시간은 대략 7만 시간에 이른다.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낼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묻지마 은퇴’를 했다간 7만 시간이 지루하고 의미없는 고통의 시간이 된다.

전문가들은 “일정 연령에 도달해 직장에서 퇴직하거나, 노후의 재정적 준비를 마쳤다고 일에서 손을 떼는 경우도 모두 ‘묻지마 은퇴’에 해당한다”고 본다.

전기보 행복한은퇴연구소 소장은 “은퇴자는 재무설계에 앞서 남은 인생을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삶의 목표를 다시 설정하고 인생의 큰 지도를 그리는 일이 필요하다”며 “자기계발, 건강관리, 집안일 등 구체적으로 생애 시간을 배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은퇴 후 무엇을 통해 심리적 만족감을 얻을지 은퇴 캘린더를 짜놓지 않으면 즉흥적인 결정으로 자산설계가 흔들리거나 심리적인 공허함과 무기력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말이다.

■ 휴식ㆍ레저 반복은 금물, 창조적 취미생활을

30여년간 앞만 보며 달려온 은퇴자들에게 은퇴란 흔히 ‘생의 휴식’을 의미한다. 은퇴자들은 ‘실컷 잠을 자고 싶다’ ‘골프나 테니스만 치고 싶다’ ‘공연이나 음악 등 취미생활을 즐기겠다’ 등 은퇴 후 일정을 휴식과 레저로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재정적으로 불가능한데다, 일상의 업무가 되풀이되는 것처럼 쉽게 싫증을 느낄 수 있다. 단순한 취미나 레저생활에서 그칠 게 아니라 노후의 소일과 연결시키거나 사회봉사 활동으로 확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린이문화예술학교에서 주최한 어르신을 위한 뮤지컬 교실 ‘뮤지컬 실버파워’에 참여한 60, 70대 6명은 뮤지컬 ‘러브’ 공개 오디션에 합격해 배우로 데뷔했다. 노래와 춤을 배우는 취미활동에서 나아가 보다 적극적인 자기계발을 선언한 것이다.

10년 전 은퇴한 남편과 함께 이 뮤지컬에 출연 중인 윤이남(63)씨는 “처음엔 단순히 취미생활로 시작했다가 점차 무대의 희열을 맛보게 됐다”며 “남편은 다소 권위적이고, 나는 소극적인 성격이었는데 뮤지컬을 배우면서 30년간 알지 못했던 서로의 ‘끼’를 새롭게 알아가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은퇴자들이 문화적 경험을 살려 어린이 청소년 문화강사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 전국문화원연합회는 지난해 은퇴자들을 문화 도우미로 활용하는 ‘땡땡땡 실버문화학교’를 개설해 전국 50여개 문화원에서 강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은퇴자들은 광명문화원과 포천문화원에서 예절과 한자교육 강사로, 평택문화원에선 ‘짚풀 만들기 교실’ 등 어린이 놀이교사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전문성 살려 비영리단체서 사회공익 활동도

은퇴자들의 경험과 전문성은 사회적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활용할 만한 사회적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지난해 민간 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가 40~59세 전문직 퇴직자 304명을 심층 설문조사한 결과 60.9%가 비영리단체에서 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이들 중 상당수는 무급이어도 좋다는 뜻을 나타낼 정도로 전문직 은퇴자들의 사회참여 욕구는 활발하다.

전문직 은퇴자 수도 급증할 것을 보인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결과 50세 이상 고위 임직원이나 기술자 등 전문직 종사자는 97만명에 달했다.

희망제작소에선 이들 전문직 퇴직자들을 사회공익기업이나 비영리단체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해피 시니어’ 은퇴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현재 총 120명의 프로그램 참여자 중 약 40%가 정기적 혹은 비정기적으로 공익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대형 은행 지점장을 거쳐 중소기업 상무이사를 지낸 김신형(60)씨는 지난해부터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 연구원으로 일하며 성공적인 전문직 은퇴자로 변신했다.

그는 이곳에서 현금인출기의 타행 수수료 문제 등 시민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모아 관련 제도를 검토하고 관계기관에 아이디어를 전달해 현실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 ‘은퇴 후 제2인생’으로 사회공익사업에 기여할 수 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경아 희망제작소 해피 시니어 팀장은 “은행업계 퇴직자의 경우 비영리단체의 재무ㆍ회계 컨설팅을 담당하거나, 언론계 출신이라면 단체의 저널 발간이나 홍보에 참여하는 등 전문성을 살리는 은퇴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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