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9일 정진석 추기경 등 천주교 지도자들과의 오찬회동에서 현 정부의 인사가 도덕적 기준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이 대통령은 그간 지역편중 인사, 부자 내각 등의 비판이 나올 때면 “흠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일과 능력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인사의 과오를 시인한 것이다. 이는 조만간 단행될 개각이나 청와대 비서진의 인사가 큰 폭으로 이루어지고 철저한 검증을 할 것임을 시사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국회가 빨리 열려야 민생 관련 법안이 처리될 수 있고 개각을 하더라도 청문 절차 등이 열릴 수 있다”면서 18대 국회의 조기 개원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파동과 관련, “국민 정서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국민이 마음을 연 뒤에야 무슨 말을 해도 납득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 대통령은 또 이날 출국한 박덕배 농림수산식품부 2차관 등 쇠고기 협의 실무팀에 대해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는 어떤 경우에도 수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국민이 바라는 대로 되게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정 추기경은 “국민 여론에 좀 더 귀를 기울여 달라”고 주문한 뒤 국회 개원 지연에 대해 “의원들은 국민이 뽑은 분들인 만큼 국회에서 활동하는 게 본연의 임무이며 국회가 그 분들의 정위치”라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또 “이 대통령이 건강을 지키고 굳게 용기를 가져야 한다”면서 “여유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과 천주교 지도자들의 간담회가 이례적으로 비공개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정 추기경과 조용히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해서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지만, 천주교가 이 대통령에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은데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여과없이 보도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확대시킨 측면도 있어 비공개로 진행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간담회 후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표의 총리기용설’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으나 아직 유효하다”면서 “성사 여부를 떠나 좋은 방안의 하나로 나온 것이며 선택여부는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고 여운을 남겼다.
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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