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어렵다 해도, 4월까지는 소비 심리가 그래도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지난달엔 사정이 달라졌다. 유가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인플레 압력이 강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것이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기대지수는 전달에 비해 8.2포인트 급락하면서 기준치 100 아래로 떨어진 92.2를 기록했다. 소비자기대지수는 6개월 후 경기나 생활 형편, 소비 지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렇게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2000년 11월 이후 7년 6개월 만이다. 지수가 100을 밑돌았다는 것은 6개월 후 소비지출 등이 현재보다 나빠질 거라고 보는 가구가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많다는 의미다. 소비자기대지수는 3월(99.7) 기준치 100 아래로 소폭 내려선 것을 제외하곤, 지난해 4월 이후 100 이상을 유지해 왔다.
세부 항목별로는 경기에 대한 기대지수가 4월 93.8에서 지난달 77.9로 무려 15.9포인트 폭락했고, 생활 형편에 대한 기대지수 역시 지난달 95.0으로 4월(100.1)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소비 지출에 대한 기대지수는 107.3(4월)에서 103.8(5월)로 내려갔다.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경기, 생활형편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도 지난달 72.2로 전달의 80.0에 비해 하락했다. 소비자들은 향후 경기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유가 등 물가'(75.8%)를 압도적으로 꼽았고, 이어 '수출 및 환율'(8.0%) '국내 소비'(5.2%) 등을 지목했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완만한 경기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물가상승 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경기 둔화 추세는 지속됐지만 속도는 완만한 정도에 머물고 있다"며 "작년 말 이후 물가상승세가 가속화하면서 기조적인 물가 상승 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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