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한두 살만 되면 노장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프로야구 초창기인 1980년대만 해도 그랬다. 필자도 서른 여섯살에 해태에서 플레잉코치로 뛰었는데 당시만 해도 ‘할아버지 선수’로 통했다.
프로야구가 서른살이 가까워 오면서 이제 30대 초반 선수는 노장이 아니라 전성기이고, 각 팀마다 30대 중ㆍ후반 선수도 넘친다. 그만큼 선수들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고 노력을 많이 한다는 증거다.
강산이 두 번 바뀐 세월 동안 현역으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송진우(한화)와 전준호(우리)가 지난 주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세웠다. 송진우는 한국나이로 43세, 전준호는 40세다.
송진우와 전준호는 외모도 매우 비슷하다. 깡마른 체구에 키도 큰 편이 아니다. 요즘 선수들에 비하면 왜소하다. 그런데도 20년 가까이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는 것을 보면 존경심이 절로 든다.
‘200탈삼진 송진우’, ‘2,000경기 출전 전준호’는 나이만 먹었다고 저절로 된 게 아니다. 남모르는 피나는 노력과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대기록이다. 둘은 평소 술, 담배를 자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요즘 프로야구에는 자질이 뛰어난 선수가 매우 많다. 체격이나 체력은 메이저리그 선수들 못지않은 선수들이 넘친다. 또 송진우 전준호가 야구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운동환경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그런데도 젊은 시절 철학부족, 관리부족 때문에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사라져가는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다.
선수라면 누구나 ‘제2의 송진우’, ‘제2의 전준호’가 되고 싶을 것이다. 앞으로 송진우 전준호의 기록을 깰 선수들도 나와야 한다. ‘제2의 송진우’, ‘제2의 전준호’가 되고 싶다면 명심해야 할 게 하나 있다. 대기록은 그냥 앉아서 되는 것이 아니다. 눈물로 씨를 뿌려야 기쁨으로 단을 거두는 법이다.
전 KIAㆍ삼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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