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는 세월의 무게를 비웃는 ‘늘 푸른 소나무’가 한 그루 있다. 지난 6일 한국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통산 2,000탈삼진의 금자탑을 쌓은 최고령 투수 한화 송진우(42)가 주인공.
몇 년 전부터 ‘사오정’, ‘오륙도’라는 유행어가 퍼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일반 회사원의 은퇴시기가 50세 안팎이라면 야구선수는 30대 중반이다. 호적보다 한 살 더 많은 송진우는 올해 우리 나이로 마흔 넷. 야구선수로는 ‘할아버지’가 된 지 오래다.
선수들이 장수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송진우와 같은 나이의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40대 선수’로 살아가고 있는 송진우의 삶을 들여다본다.
■ 회장님은 386세대의 희망
어느덧 4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송진우가 삼진을 낚을 때마다 야구팬은 열광한다. 특히 이 나이의 샐러리맨들은 송진우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키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한국사회에서 40대는 샌드위치 신세다. 정년이 보장되는 시절은 끝났고, 회사에서 언제 내쫓길지 모른다. 능력 있는 후배를 볼 때마다 가슴이 섬뜩한 이들은 송진우가 공을 힘차게 던지는 모습을 위안으로 삼는다. 일종의 대리 만족이다.
한화가 삼성과의 3연전(10~12일)을 위해 대구로 떠난 9일. 송진우는 버스에 오르기 전 중년 야구팬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밝혔다.
“제 주위의 중년 남자들이 ‘송진우는 40대의 희망’이라고 외칠 때마다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회사에서 힘들 때마다 송진우를 생각하며 버틴다고 하더군요. 그들을 위해서 공을 던지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마운드에 서면 제 등 뒤에 한국의 중년 남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과 함께 격동의 시대를 함께 보내온 ‘386 세대’의 응원은 가장 큰 힘이 된다.
■ 40대까지 살아남은 비결?
송진우는 40대까지 선수로 뛰는 비결로 노력과 연구를 꼽았다. “남들이 1시간 훈련하면 난 30분을 더 했습니다. 세상에 공짜로 생기는 건 없거든요. 연습으로도 부족하면 연구를 했습니다.” 공 끝의 변화로 떨어진 구속을 만회하려고, 상대 타자의 심리를 역이용하려고 연구를 거듭했다. 팔팔한 후배들과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는 몸부림은 40대 회사원과 다름이 없다.
늘 푸른 소나무에게도 고민은 있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없기에 집중력이 조금만 떨어져도 얻어맞습니다. (김인식) 감독님께서 옆에서 보실 때 불안하시겠죠. 살아 남으려면 제구력을 더 가다듬고 타자를 연구해야만 합니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꼬박 20년째 살아남은 송진우.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노력하고 연구해야 살아 남는다”고 강조했다.
■ 40대 선발투수의 노하우?
전성기 시절 150㎞에 이르던 직구는 135㎞까지 느려졌다. 직구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그러나 살아 남기 위해 강속구를 뿌리는 정통파에서 기교파로 변신했다.
송진우는 “역시 제구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마음 먹은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집중에 집중을 거듭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찌르면 평범한 직구가 150㎞짜리 강속구보다 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언제까지 뛸 거냐’는 질문에 송진우는 “때가 되면 은퇴하는 건 당연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시즌이 끝나면 은퇴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 그래선지 올해 안에 3,000이닝을 달성하겠다는 각오가 다부지다. “3,000이닝까지 74와3분의1이닝이 남았습니다. 부상과 장마가 변수지만 꼭 올해 달성하고 싶습니다. 선발진에 끝까지 남으면 가능합니다.”
대전=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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