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출신의 공격수 두 명이 모국을 비탄에 빠뜨렸다.
독일은 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 뵈르테르제슈타디온에서 열린 유로 2008 B조 1차전에서 루카스 포돌스키(23)와 미로슬라브 클로제(30ㆍ이상 바이에른 뮌헨)의 활약으로 폴란드를 2-0으로 완파했다.
독일은 이로써 1996년 잉글랜드 대회 결승전 이후 12년 만에 유럽선수권에서 승리를 신고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의 면모를 확인했다. 반면 폴란드는 ‘2차대전의 가해자’ 독일을 75년간 한 번도 꺾지 못하는 굴욕을 이어갔다. 폴란드는 1933년 이후 독일을 상대로 4무12패의 절대 열세를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폴란드를 굴복시킨 주인공은 폴란드 출신이었다.
독일은 전반 20분 클로제가 오른쪽 페널티에어리어에서 찔러준 패스를 반대편에서 쇄도하던 포돌스키가 마무리, 선제골을 뽑아냈고 후반 27분 페널티에어리어 정면에서 클로제의 슈팅이 폴란드 수비수 맞고 굴절된 것을 포돌스키가 그대로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 쐐기골을 얻어냈다.
포돌스키와 클로제는 모두 폴란드 태생으로 공산정권 당시 ‘살 길’을 찾아 나선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독일로 이주했다. 두 사람의 아버지가 모두 폴란드에서 클럽 선수로 활약했으니 ‘폴란드 축구의 피’를 제대로 물려 받은 셈이다.
그러나 포돌스키와 클로제는 독일에서 재능을 꽃피웠고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올라섰다.하지만 이들은 모두 집에서 폴란드어를 쓰는 등 모국의 존재를 잊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축구에 한이 맺힌 모국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으니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포돌스키는 골을 넣은 후 웃음조차 짓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그라운드를 걸은 후 얼굴을 감싸 쥐었다. ‘동병상련’인 클로제가 달려와 포돌스키와 얼굴을 맞대고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며 후배를 격려했다.
포돌스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골을 넣은 후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내가 폴란드에서 태어났고 많은 가족들이 아직 폴란드에 살고 있다는 것은 나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모국을 울린 미안한 심정을 밝혔다. 한편 같은 조의 크로아티아는 개최국 오스트리아를 1-0으로 꺾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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