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자유무역협정(FTA)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중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교역파트너이기 때문에 한ㆍ중FTA가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는 한ㆍ미FTA를 넘어설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중국 수출액은 820억달러, 수입액 630억달러로, 중국은 2004년이후 미국을 제치고 제1위 교역국으로 올라섰다. 우리 수출입의 5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지리적 근접성과 교역 규모를 감안하면, 한ㆍ중FTA가 우리 경제에 미칠 득과 실은 한ㆍ미FTA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ㆍ중 양국은 현재 FTA협상을 본격 추진하기 위한 마지막 준비단계에 있다. 지난달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한ㆍ중FTA를 적극 검토하기로 합의, 일단 물꼬를 텄다. 한ㆍ중FTA의 영향을 파악하는 산관학 공동연구는 11~1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제5차회의를 끝으로 종료될 예정이다.
정부는 5차례에 걸친 산관학 공동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한ㆍ중FTA 협상의 개시 여부 및 시기와 어느 수준으로 체결할지 등을 판단하게 된다. 이르면 올 하반기 한ㆍ중FTA 협상이 개시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농수산분야 등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의 보호장치부터 마련할 것을 요구하며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사실 한ㆍ중FTA는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저가의 중국산 농수산물의 공세에 신중한 입장이다. 이혜민 외교통상부 FTA교섭대표도 한중정상회담 직후 “농수산업에 미칠 영향이 상당히 클 것이기 때문에 농수산분야의 보호방안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대비를 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ㆍ중FTA 체결에 따른 경제규모 확대의 차원에서 보면 우리가 유리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ㆍ중FTA가 체결되면 우리의 국내총생산(GDP)은 3.91%~4.12% 증가하는 반면 중국의 GDP 증가율은 0.19%~0.26%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도 한ㆍ중FTA에 거는 기대가 높다. 국제무역연구원이 중국과 무역하는 390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74.6%가 한ㆍ중FTA에 찬성했다. 수출입 확대(30.1%), 비관세장벽 해소(21.9%), 진출 기업의 경영여건 개선(14.7%) 등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뚜렷하게 엇갈린다. 우선 농수산 분야는 한ㆍ미FTA보다 훨씬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농수산업의 경우 한ㆍ미FTA와 비슷한 수준에서 한ㆍ중FTA가 체결된다고 가정하면, 피해는 서너배에 달할 것”이라며 “규모도 문제지만, 대다수 농민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정치적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쌀 콩 등 농산물 품목의 구성이 우리나라와 비슷한데다 가격은 25~35% 수준. 쌀을 제외한 전 품목에서 10년 안에 관세를 철폐한다면, 우리 농업생산은 2005년 대비 20%나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섬유 등 노동집약적 산업도 가격경쟁에 밀리는 등 제조업 분야에서도 수출 증대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중국은 자동차와 철강 등에서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시장에서 철강, 정밀계측기기, 전자부품, 자동차 업종 등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은 환경보호, 노동, 지적재산권, 정부조달, 경쟁정책 등에서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한ㆍ중FTA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한ㆍ미FTA처럼 포괄적인 수준의 협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 교수는 “미국이 우리에게 요구한 것처럼 서비스, 투자 등에 대한 개방도 압박해야 한다”며 “중국의 예측불가능한 경영환경 등 변수도 무시할 수 없으므로 당 지도부가 한ㆍ중FTA에 대해 더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하도록 시간을 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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