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9일 “차기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6월 중순 쯤으로 최대한 앞당기자”고 제안했다. 원래 전대 날짜는 7월 3일이다. 당권주자들을 비롯해 당 안팎엔 “당도 인적 쇄신에 동참해야 한다”며 조기 전대에 찬성하는 기류가 강하다.
하지만 전대 장소 문제나 대표 경선 일정을 규정한 당규 등 현실적 문제들 때문에 조기 전대가 실제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기 전대론’은 4ㆍ9총선 직후에도 여권 일각에서 거론됐었다. 당시 강 대표가 ‘5월 전대 실시안’을 제안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 일정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 강 대표가 임기까지 책임을 져 달라”고 해 정리됐었다.
강 대표는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 전대론을 다시 꺼낸 배경과 관련, 9일 의원총회에서 “당과 정부와 청와대는 삼위일체다. 청와대와 정부가 폭 넓은 인적 쇄신으로 새 출발하려고 하는데 당도 동참해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삼두마차 쇄신론’이다.
강 대표는 이어 “권역별 합동연설회를 7, 8번 하기로 돼 있는데 그럴 필요가 있느냐”면서 “분위기를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당 안팎엔 “정권 위기가 심각한데 전대를 성대한 축제처럼 치러서 되겠느냐”는 여론이 적지 않다.
또 당 지도부에 강 대표와 김학원 정형근 최고위원 등 ‘원외’ 인사가 많이 포진해 힘이 빠지는 만큼 하루 빨리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각에선 “강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시기를 잘 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대표 경선 선관위 부위원장인 권경석 의원은 의총에서“출마자들의 의견을 존중해 전대를 가능하면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정몽준 최고위원 제외한 예비 출마자들은 대부분 조기 전대에 긍정적이다.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은 “시국 사정을 감안할 때 의미 있는 제안으로 생각한다”고 했고, 진영 공성진 박순자 김성조 의원 등도 ‘찬성’또는 ‘긍정적 검토’ 의견을 밝혔다. 다만 정 최고위원은 “행정부가 잘못했다고 당 지도부가 자진 해산하는 게 맞는 지 모르겠다”고 반대했다.
당 전대 준비위가 이날 조기 전대 실현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정작 복병은 따로 있었다. 우선 1만명 이상의 대의원을 수용할 수 있는 수도권 지역 행사장은 6월 중순까지 모두 예약이 차 있다고 한다.
또 대의원 확정 절차가 일러야 20일에 끝나고, 당규상 대표 경선 선거운동기간을 최소 5~10일로 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강 대표는 ‘하루라도 내가 빨리 물러나 주는 게 좋겠다’고 의지를 밝혔지만 현실적 문제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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