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그 봄의 이미지와 너무나 어울리는 두 번째 앨범 <뉴 스탠다드> 를 낸 2인 밴드 페퍼톤스는 '음악이 이렇게 신나기만 해도 좋을까'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쾌활하다. 마치 '세상은 어차피 슬퍼해 봤자 그냥 굴러가는 거야'라고 심각한 멜로디를 요구하는 대중에게 답을 하듯, 그들의 사운드는 명랑만화의 시퀀스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즐겁다. 뉴>
20일과 21일 서울 이화여고 대강당에서 밴드결성 이후 '최대규모'(이틀 합쳐서 500석)의 공연을 앞둔 페퍼톤스의 신재평과 이장원은 그들의 음악처럼 '업'되어 있었다.
카이스트 출신의 10년 지기 친구인 신과 이는 공학도 가수라는 면에서 가끔 루시드 폴의 이력과 비교되곤 했다. 공부 잘하는 가수. 동물원의 김창기와 김광진처럼 어쩌면 이들도 그런 이유로 처음에 주목을 받았는지 모른다.
이장원은 팀의 시작에 대해 "대전이 워낙 문화의 불모지였어요. 주로 홍대클럽에서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풀다가 서로 교내 음악대회에서 1, 2위를 하며 만났죠. 흔히들 저희 밴드명이 후추처럼 톡 쏘는 음악을 하자는 뜻에서 나왔다고 말들 하시는데, 그냥 감각적인 단어들을 조합하다가 마음에 드는 게 나온 것일 뿐이에요" 라고 말했다.
어찌 보면 객원보컬의 목소리로 자신들의 음악을 표현해오던 이들에게서 90년대 대표적인 싱어송 라이터 밴드인 공일오비, 토이의 모습이 느껴진다. 2집에선 전반부 곡들을 제외하곤 멤버들의 목소리가 많이 들어갔지만 여전히 보컬을 맡는 객원의 힘이 크다.
"텔레비전에 토이가 나오는데 토이는 무대에 오르지 않는 모습이 근사해 보이잖아요. 페퍼톤스도 이렇게 하면 그럴듯해 보이지 않을까요. 하하."(이) "공일오비처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염두에 둔 건 아닌데 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90년대의 팀들이 워낙 이슈가 됐잖아요. 지금도 그분들이 앨범 조언해주시고 도움을 많이 주세요. 그들의 바통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크죠."(신)
여성 객원보컬들의 상큼한 목소리로 달리기 시작하는 2집의 3, 4번 트랙에서 타이틀곡 '뉴 히피 제너레이션'에 이르기까지 '관광버스 메들리'라도 듣듯 쉼 없이 경쾌한 음악에 대해 물었다. 슬픈 음악에 천착하는 루시드 폴이 "진정 슬픈 이가 음악을 찾는다"고 말했던 얘기를 들려주자 한참을 상의하던 이들은 생각보다 긴 답을 들려준다.
"진정 기쁜 사람만이 음악을 즐기고 댄스를 하지 않을까요. 즐거운 음악을 고집하는 건 우리가 추구하는 기본입니다. 우리라고 '센치'하고 싶지 않겠어요. 사실 삶이 재미가 없잖아요. 신나는 리듬과 멜로디에 빠져든 건 우리가 듣고 싶은 걸 만들어 듣자는 취지에서 였죠. 일종의 자기위로라고나 할까요."(이)
"즐거운 음악이라고 거북이나 노브레인과는 다르죠. 우리는 일단 멋지지가 않아요. 그냥 화사하고 다채롭고 아기자기한 색이죠. 멜로디가 익숙하다고요? 그게 우리의 마법입니다."(신)
양홍주 기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