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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痢? 당최 모르겠네/ 의약품 설명서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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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痢? 당최 모르겠네/ 의약품 설명서 너무 어렵다

입력
2008.06.1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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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음식을 잘못 먹어 위체(胃滯)와 하리(下痢)가 생겼다’, ‘두중감(頭重感)과 흉내고민(胸內苦悶)이 심하다.’ 의학 전문 용어로 표현된 위 두 문장의 뜻은 뭘까. 앞 문장은 ‘우리 아이가 음식을 잘못 먹어 체해서 설사를 하고 있다’는 뜻이고, 다른 문장은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쓰리다’는 말이다.

일반 시민이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 의약품 사용설명서가 위체, 하리 등 의학이나 약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은 알 수 없는 전문용어로 작성돼 대학을 졸업한 성인 대부분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소비자시민모임에 의뢰해 내놓은 ‘의약품 오ㆍ남용 방지를 위한 표시제도 개선’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00개 일반의약품의 사용 설명서에 쓰인 전문용어 255개의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여부를 성인 남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이 184개(72%)에 달했다.

특히 ‘산반동’(酸反動ㆍ위 내부가 강알칼리성으로 변하면 산성으로 돌아가려는 생체 반응이 일어나 정상수치보다 더 많은 양의 위산이 분비되는 현상), ‘하리’ 등의 경우는 100명중 그 뜻을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또 ‘다맥색’(茶麥色ㆍ볶은 보리의 색), 제피정(劑皮錠ㆍ코팅처리한 알약), 식피창(植皮瘡ㆍ피부이식후 생긴 상처) 등 5개 용어는 100명중 단 한사람만 뜻을 알고 있었으며, 전체 100명 가운데 90명 미만이 모른다고 대답한 용어도 79개(31%)에 달했다.

식약청은 “소비자 100명 중 95명이 가정에 상비약을 준비하고 있으나, 일반의약품 설명서가 어려워 ‘복용방법을 잘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이 23.7%에 달한다”며 “설명서를 쉽게 만들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실제 작성한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도 “호주는 일반의약품의 사용설명서 작성 기준으로 ‘12세 소년이 내용의 85%를 이해’하는 수준으로 정해 놓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소비자가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만 정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용어와 함께 사용기한, 사용시 주의사항 등이 작은 글씨로 써 있거나 불명확하게 표기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림으로 표시하면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대부분 깨알같이 작은 활자로 전문가만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기재된 바람에 웬만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사용설명서에 쓰이는 어려운 용어를 쉬운 용어로 바꾸는 한편, 작은 글씨와 전문가 중심으로 된 표시 등 설명서도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 “일반의약품 오ㆍ남용을 줄이기 위해 현재 사용 중인 아나필락시쇽, 요천통, 유즙울체 등을 대신할 쉬운 용어도 개발해 당국에 사용을 권고했다”고 소개했다.

이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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