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오늘의 책] 이어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오늘의 책] 이어도

입력
2008.06.10 08:21
0 0

이청준 / 열림원

2003년 6월 10일 전설의 섬이던 이어도(離於島)에 해양종합과학기지가 세워졌다. 이어도는 한반도 최남단인 제주도 마라도 서남쪽 145km에 위치한 수중 암초다. 이름에 섬 도(島) 자가 있지만, 정상이 해수면 4.6m 아래 잠겨 있는 이 암초는 파도가 칠 때만 그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그래서 제주도 사람들에게 이어도는 허구이면서 실재인, 피안(彼岸)이면서 차안(此岸)인, 환상의 섬이었다. 그들은 먼바다로 나갔다 영영 돌아오지 않는 뱃사람들이 이어도로 가서 저승의 행복한 삶을 누린다고 믿었다.

제주도 해녀들이 노동요로 불러온 구전 민요 ‘이어도 타령’에는 이어도를 고된 삶의 목적지, 현세의 고난을 구원해줄 이상향으로 갈구해온 제주도 사람들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우리 배는 잘도 간다/ 솔솔 가는 건 솔남의 배여 잘잘 가는 건 잡남의 배여/ 어서 가자 어서 어서 목적지에 들여 나가자/ 우리 인생 한번 죽어지면 다시 전생 못하나니라/ 원의 아들 원자랑 마라 신의 아들 신자랑 마라/ 한 베개에 한잠을 자난 원도 신도 저은 데 없다/ 원수님은 외나무다리 질은 무삼 한질이든고/ 원수님아 길 막지 마라 사랑 원수 난 아니노라…’.

소설가 이청준(69)은 1974년 발표한 중편 <이어도> 로 전설의 섬 이어도를 우리 현대문학의 우뚝한 영토로 거둬들였다. ‘긴긴 세월 동안 섬은 늘 거기 있어 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가 섬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도 다시 섬을 떠나 돌아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저편에서 읽던 소설의 기억이, 이 첫 문장을 다시 읽는 것만으로도 강렬하게 되살아난다. 작가는 이어도 이야기로 실은 ‘현실이라는 섬’에 갇혀 사는 우리 삶을 이야기한다. ‘천리 남쪽바다 밖에 파도를 뚫고 꿈처럼 하얗게 솟아 있다는’ 현실 저편의 섬을 향해 몸을 던질 때, 현실이라는 섬과 그 속에서의 삶이 오히려 뚜렷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