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호(39ㆍ우리 히어로즈)는 왜소하다. 키는 180㎝로 호리호리한 편이지만 체중은 72㎏밖에 안 나간다. 일반인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체격이다. 요즘 젊은 선수들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전준호는 거인이다. 91년 롯데에서 데뷔한 전준호는 지난 7일 대전 한화전에서 한국프로야구 통산 첫 2,000경기 출전의 위업을 이뤘다. 미국프로야구에서는 피트 로즈(신시내티)의 3,562경기, 일본프로야구에서는 노무라 가쓰야(세이부)의 3,017경기가 최고기록이다. 하지만 한국이 연간 126경기를 소화한 반면, 미국은 162경기, 일본이 144경기인 점을 고려하면 전준호의 2,000경기 출전은 로즈나 노무라에 못지않은 대기록이다.
선구안+오늘에만 충실
“정말로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남들보다 체격이 좋은 것도 아니고 힘이 센 것도 아니잖아요. 1년에 보약(녹용)을 두 번 먹기는 하는데 그 정도는 프로야구선수라면 누구나 하는 일이고…. 대신 눈이 좋기는 하지요. 아마도 시력 덕분인 것 같아요.” 전준호의 좌우 시력은 1.2, 1.5다. 선글라스 말고 안경은 한번도 써본 적이 없다.
전준호는 ‘현재 진행형 인간’이다. 늘 경기 전 ‘오늘에만 충실하자’고 다짐한다. “어제 잘했던 것, 못했던 것 생각하다 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져요. 어제 4안타를 쳤더라도 그것은 과거일 뿐이잖아요. 그저 오늘에만 충실하는 거죠.”
위기는 기회
전준호는 2005년 94경기에 출전, 타율 2할6푼6리에 그쳤다. 2000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팀 내부적으로 세대교체론은 자연스럽게 힘을 얻었고, 전준호는 입지가 좁아졌다. 전준호는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2005시즌 후 딱 1주일만 쉰 뒤 개인적으로 스케줄을 짜서 다음 시즌을 준비했다.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전준호는 이듬해인 2007년 109경기에 나가 타율 2할8푼7리에 20도루를 기록하며 부활찬가를 불렀다. 지난해에는 121경기에서 2할9푼6리를 쳤다. “지난해 장종훈(한화 코치) 선배의 1,950경기 기록을 깨면서부터 사실 매 경기 신경을 썼어요. 그냥 나가기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죠.”
남은 기록도 올해 안에
전준호는 7일 현재 2,000안타(프로 두 번째)에 55개, 18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에 5개를 남겨두고 있다. 팀이 69경기를 더 치러야 하고 전준호가 매 경기 1.23개의 안타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어렵지 않은 목표다.
“2,000안타도 2,000경기 출전 이상 제게는 소중한 기록입니다. 작년에 1,900안타를 돌파했을 때 ‘1,900안타는 2,000안타로 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고 다짐했죠. 올해 안에 반드시 둘 다 이룰 겁니다.”
난 행복한 남자
“저는 늘 제가 가진 기량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은 선수입니다. 팬들에게 늘 감사할 따름이죠. 그리고 저의 2,000경기 출전 중 절반은 아내와 아이들, 팬들의 것입니다. 묵묵히 내조해준 아내, 잘 자라준 아이들, 저를 아껴주신 팬들이 1,000경기는 뛰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행복한 남자인 것 같습니다.”
대전=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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