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살아있는 신화이자 최고 갑부인 빌 게이츠(53ㆍ사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자신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라”고 강조했던 그는 세계 최대기업의 CEO 대신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이웃이 되기를 선택하며, 약속한 대로 아름답게 퇴장한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빌 게이츠 회장은 27일부터 MS 경영에서 손을 떼고, 자선사업자로 본격 변신할 예정이다. 그는 MS의 이사회 의장으로만 남아 일주일에 하루만 업무를 보고, 부인 멜린다 게이츠 여사와 함께 2000년에 설립한 자선단체 ‘빌&멜린다 재단’ 운영에 전념할 예정이다.
빌 게이츠 회장은 1998년 우연히 ‘세계 질병의 90% 가량이 아프리카에서 발생하고 있으나 보건 자원이 10%를 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본 뒤 자선사업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부인과 함께 당시 그의 재산 600억달러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288억달러를 출연, 세계 최대 자선기금 단체인 빌&멜린다 재단을 설립했다.
미국 시애틀에 본부를 두고 250명의 직원이 일하는 재단은 인종, 종교 등 어떠한 차별적 요소로 기금이 쓰이는 것을 반대한 빌 게이츠 회장의 뜻에 따라 전세계 보건위생 및 빈민돕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각종 질병 치료를 위해 7억5,000만달러의 백신 기금을 조성했으며 에이즈 퇴치를 위한 치료약 개발에도 1억2,650만달러를 내놓았다. 또 10억달러 규모의 장학 펀드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낙후된 세계 각지 도서관에 컴퓨터와 인터넷을 보급하는 일도 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노력은 상당 부분 성과를 거둬 5세 미만 유아 사망률이 20%에 달했던 모잠비크는 재단의 도움으로 각종 백신을 접종하며 유아 사망률을 크게 낮췄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50만명 이상인 아프리카 질병 사망자수를 매년 15%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단은 앞으로 기금 규모를 1,000억달러까지 키울 계획이다.
빌 게이츠 회장은 매주 관련 서적을 읽고 재단회의에 참석해 토의하고 있다. 워렌 버핏이 “살아있는 의학 백과 사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빌 게이츠 회장의 보건의학 지식은 상당하다. 워렌 버핏도 그의 활동에 감명받아 370억달러를 빌&멜린다 재단에 기부했다.
빌 게이츠 회장은 세 자녀에게 1,000만달러만 물려주고 나머지는 자선사업에 쓰겠다고 선언했을 만큼, 독특한 재산철학을 갖고 있다. 일반적 기업가들과는 달리, 그는 “부자들은 사회에 특별한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상속세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워렌 버핏과 함께 미국 부시 행정부의 상속세 폐지 반대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한편 ‘포스트 게이츠’ 시대의 MS는 후계자인 스티브 발머 회장이 이끌게 된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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