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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엄마 가계부에 담긴 물가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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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엄마 가계부에 담긴 물가苦

입력
2008.06.09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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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생활비 결산하다가 정말 '허걱' 놀랐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안 오른 게 없는 거에요. 소득은 늘지않았는데… 정부가 서민들이 먹고 살게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들 쌍둥이를 둔 주부 백정아(37ㆍ서울 양천구 목3동)씨는 요즘 가계부만 들여다보면 가슴이 먹먹하다. 처녀시절부터 쓴 가계부들이 책장 한 켠을 채울 만큼 살림솜씨가 야물지만 폭등하는 물가에는 버틸 재간이 없다.

지난해 이맘때 시장에서 한 모에 1,000원 하던 두부는 지금 2,500원이다. 2kg에 9,900원 했던 참외는 올해는 같은 값에 용량이 1kg으로 줄었다. 자주 들르는 홈에버 상암점에서 사는 돼지고기 삼겹살은 브랜드 제품이 지난해 100g당 1,000원이었지만 지난 달에는 무려 2,280원까지 올랐다. 쌍둥이(5)가 좋아해 지난해만해도 박스째 들여놓고 먹었던 과일은 요즘 아예 사지않는다. 백 씨는 "밥상에도 먹을 게 없는데 과일을 어떻게 사요" 했다.

백씨가 부추 한 단, 사과 몇 알까지 빼곡이 써놓은 가계부는 오늘 대한민국 서민경제에 드리운 깊은 시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가 2001년 6월(5.0%) 이래 가장 높은 4.9%나 올랐다지만 체감 물가는 열 배도 넘는다.

식비 지출은 지난해 5월 16만7,888원에서 올해 5월엔 38만2,534원으로 무려 128%가 늘었다. 교통비 지출은 지난해 5월 6만1,800원이었던 것이 7월 마티즈를 구입하면서 12만4,960원으로 늘었다가 지난 달에는 유류비 급등으로 21만3,339원에 달했다. 71%나 늘어난 액수다.

교육비 지출은 상상을 초월한다. 쌍둥이가 지난해 6월부터 유아원에 다니면서 등록비로 28만8,000원을 지출했지만 올해는 75만5,030원이 나갔다. 지난해에는 등록비 외에 별다른 주문이 없던 유아원이 올해는 물가상승으로 부식비 부담이 커서인지 어린이날 행사나 야외 나들이 등에 간식을 따로 요청하는 등 추가로 드는 돈이 많아졌다. 12월 출생이라 또래에 비해 말이 늦은 아이들을 위해 언어치료를 받은 것이 액수를 부쩍 키웠다.

유명호텔 외식사업부에 다니는 남편의 수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식비 교통비 등 지출이 급등하다 보니 다른 부분은 초 절전 모드일 수 밖에 없다. 가장 만만한 것이 통신비 였다. 본인은 물론 남편도 휴대폰 통화를 최소화하도록 했고, 피치 못할 때는 통화 대신 문자를 사용한다. 줄일 것 최대한 줄여보지만 늘어나는 지출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작은 액수다. 따져보니 지난해 18만원이었던 차입금과 이자부담이 올해는 54만원으로 늘었다. 느느니 빚뿐인 것이다.

배씨는 "국제 원자재 값이나 유류비가 많이 올랐다고는 해도 그게 고스란히 서민들 살림살이에 부담이 된다면 정부의 역할은 뭐냐"며 "물가폭등에 대한 근본대책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운이 쭉 빠진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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