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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환경규제 태풍 '리치'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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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환경규제 태풍 '리치'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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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9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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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는 기후변화협약의 태풍 전야에 있는 셈이다. 준비가 다소 늦었지만 부랴부랴 이산화탄소(CO2) 저감 대책을 세우고 전 국민적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시작도 되기 전에, 또 다른 환경규제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 CO2 저감이 제1의 환경규제라면, 신화학물질 관리제도(REACHㆍ리치) 등은 새로운 제2의 환경규제다.

영향 큰 신화학물질 통합관리제

리치는 화학물질 관리에 기본 축이 되는 법령으로, 건강과 환경을 보전하는 동시에 화학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유럽연합이 제정한 신화학 물질을 통합관리하기 위한 제도다. 핵심은 화학물질의 양과 위해성에 따라 등록ㆍ신고ㆍ허가ㆍ제한을 하는 것으로 연간 1톤 이상을 제조ㆍ수입하는 화학물질은 의무적으로 등록토록 하고 있다. 그 사전 등록일이 6월 1일부터 6개월 내로 다가와 있다.

유럽연합이 리치를 발표했을 때 무역 전문가들은 신 무역장벽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국가 간 관세장벽은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사실상 철폐되거나 감소하고 있지만, 선진국의 각종 비관세 장벽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환경기준에 미달된 화학물질 포함 제품의 본격적인 시장 퇴출이 일어날 조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출 기업들의 대응수준은 낮아 수출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마저 있다. 국내 기업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친환경 기술 개발이나 유해물질 시험분석 등 환경규제 연관시장을 선점하는 부분에선 해외 선진기업에 많이 뒤져 있다.

사실상, 환경규제의 위험성에 대한 경보는 이미 오래 전부터 발령되어 왔던 터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그나마 대기업과 거래를 하는 1차 협력업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대기업이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친환경 인증제와 같은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본적인 환경 요건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환경규제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 비록 1차 협력업체라 하더라도 대기업이 제시하는 환경요건을 충족치 못해 납품기회를 해외업체에 넘겨주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같이 환경문제를 도외시하다간 환경규제로 무너질 기업들이 속출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리치는 화학물질 검증의 범위가 광범위할 뿐 아니라 안정성 책임을 국가가 아닌 수입자와 제조자가 입증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업이 비용을 내 거의 모든 화학물질 정보를 수집하고 위해성을 가려야 할 책임이 있다. 수출기업이 많은 우리나라로서는 적잖은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한다. 유럽연합은 이외에도 특정 유해물질 사용제한에 관한 지침(RoHS), 폐전기 전자제품에 관한 지침(WEEE), 에너지사용 제품의 친환경설계 지침(EuP) 등 숱한 환경규제를 만들어 놓고 있다.

이에 대비하여 중국은 ‘전자정보제품 오염방지관리법’이라는 중국판 RoHS를, 그리고 태국 역시 태국판 RoHS/WEEE를 추진 중이다.

민관이 힘 합쳐 제대로 대처해야

이제 우리나라도 ‘강 건너 불 보듯 할 때’가 아니다. 환경 규제를 단순히 비용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회로 보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기술이 보편화하면서 선발주자와 후발주자의 격차가 좁혀진 상황에서 친환경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임이 명백하다. 더 이상 환경규제를 등한시하면 산업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기업이 환경문제에 대한 시급성을 인식하고 바로 대처하는 것만이 지금의 환경규제 태풍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진오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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