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은 만석이 되어도 적자입니다. 하루하루가 고역이예요.”
항공업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고유가에 악전고투하지 않는 곳이 없지만, 항공사들만큼 고통의 차원이 다르다.
항공기에 들어가는 기름의 기준가격이 되는 싱가포르항공유(MOPS)는 지난해 배럴당 80달러 수준. 올초 110달러로 뛰더니, 지난 4일엔 158.05달러까지 치솟았다. 보잉 747기가 인천~LA 구간을 왕복할 경우, 지난해 1월 1억4,000여만원이었던 기름값은 현재 3억5,000여만원으로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수지 악화는 당연하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 1/4분기 유류비로 8,116억원 지출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5,431억원)에 비하면 50%나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이라고 사정은 다를 리 없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미 1/4분기에 3,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입었다. 올해 손실 규모가 1조원 미만이면 그나마 다행일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
각 항공사들은 이미 비상경영상태에 들어갔다. 한푼의 경비라도 아끼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첫째, 착륙 후 지상에서 엔진을 반만 사용하기. 항공기가 착륙하면 보통 10분정도 지상에서 움직이게 되는데, 이 경우 예컨대 엔진이 4개인 항공기라면 2개만 사용한다는 것이다.
둘째, 항공기 몸무게 줄이기. 인천~LA를 왕복하는 747기의 경우 보통 음식물 등을 싣는 카트를 40개 정도 싣는다. 기존 카트 1개의 무게는 27㎏인데, 최근들어 재질이 가벼운 20㎏짜리로 교체하고 있다. ‘카트 다이어트’를 통해 300㎏ 가까이 무게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뿐만 아니라 기내에 탑재된 안내책자 종이까지도 더 얇게, 더 작은 크기로 교체제작중이다.
셋째, 항공유 저가구매. 대표적인 방법이 현지 공항에서 항공유를 ‘공동구매’하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스카이팀과, 아시아나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항공사와 기름을 공동구매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샌프란시스코 공항과 드골 공항에서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항공사들과 항공유를 공동구매하기로 계약을 맺었다”며 “이런 공동구매를 통해 11억6,000만원 정도의 기름값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가격 올리고 운항 줄이고
대한항공은 7월부터 비수익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중단과 감편운항에 들어갔다. 인천~괌 노선 등 12개 노선의 운항 횟수를 줄고 부산~하노이 등 5개 노선은 아예 비행기를 띄우지 않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인천~충칭 노선운항을 중단하고, 5개 노선을 감편하기로 했다.
국제선에만 적용하던 유류할증료가 국내선에도 일부 도입된다. 만성적자인 국내선에 유가인상분을 반영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에 따라 내달부터 김포~제주간 주말편도요금은 현 8만8,400원에서 10만3,800원으로 17%나 오르게 됐다.
인력구조조정도 본격화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15일~3개월까지 무급휴가를 신청하는 ‘희망 휴직제도’ 카드를 빼 들었는데, 2001년 9ㆍ11 테러와 2003년 사스(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 사태 이후 처음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고유가로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해 무급 휴가제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마일리지 유효기간 제도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한항공은 다음달부터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적용해, 경영에 부담을 주는 누적 마일리지를 소멸시켜간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달 말 유효기간을 몇 년으로 할지 등 세부 방안을 공개키로 했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충당금은 올 3월 기준으로 1,951억원, 아시아나항공은 635억원으로 모두 회계상 부채로 잡혀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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