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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가볍게 쿨하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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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가볍게 쿨하게 문화

입력
2008.06.09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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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전에 무슨 영화를 보는데, 관객들이 여기저기서 훌쩍대는 것이었다. 영화가 막을 내린 후, 영화관을 나오는 관객들의 태반이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나 엄청 감동 먹었어!”라는 말을 연신 내뱉는 것이었다. 집에 돌아와 그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살펴보니, ‘내가 눈물을 흘렸고 울었기 때문에 그 영화는 매우 감동적이었다’로 요약할 수 있는 글들이 사태처럼 매달려 있었다.

대중이 일반적으로 ‘눈물과 울음’을 ‘감동’과 동일시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 대중이 ‘웃음’과 ‘재미’를 동일시하고 있다는 증거도 숱하게 찾을 수 있다. 내가 배꼽을 쥐고 웃었기 때문에 그것은 ‘재미’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눈물과 울음과 웃음’은 즉흥적인 현상이다. ‘감동’과 ‘재미’는 사유(신경 작용)가 수반되는 현상이다. 그러니까 눈물을 흘리고 울고 실컷 웃었다고 해서, 그것이 ‘감동’과 ‘재미’의 명백한 증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지루하고 화가 나는 것을 보고도 울 수 있고, 재미가 너무 없을 때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은 나올 수 있지 않은가. ‘가볍게, 쿨하게’로 요약할 수 있는 최근의 문화 생산물들은 즉흥적인 눈물과 웃음 유발에만 집착한다. 진짜 감동과 재미가 설 자리가 없어져 간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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