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서 패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7일 경선 포기와 함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겠다고 했지만 힐러리 의원의 부통령 후보지명을 둘러싸고 당내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힐러리 의원측 공보책임자인 하워드 울프슨은 4일 “힐러리 의원이 7일 워싱턴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오바마 후보 지지 입장을 천명한 뒤 당의 단합을 호소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힐러리 의원이 경선 포기와는 별도로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다 분명해 지면서 당 내 찬반 논란이 벌어지는 등 향후 부통령 후보 지명에 따른 진통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오바마 의원과 힐러리 의원 진영간에 부통령 후보 지명을 둘러싸고 신경전도 팽팽해지고 있다.
두 의원은 4일 워싱턴에서 열린 유대인대회에서 잠시 조우했으나 부통령 후보 지명에 대해서는 모두 언급을 피했다. 오바마 의원은 이날 연설에서 “힐러리 때문에 미국과 민주당이 발전했고 나도 힐러리와 경쟁하는 영예가 있었기에 더 좋은 후보가 될 수 있었다”고 힐러리 의원을 추켜세웠다. 그러나 오바마 의원 진영은 부통령 후보 지명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오바마 의원측 로버트 깁스 대변인은 “진행 중인 거래는 없다.
먼지가 걷히고 힐러리 의원이 안정을 되찾으면 오바마 의원은 언제든 그를 만날 것”이라며 부통령 후보 지명을 둘러싼 물밑 협상을 부인했다. 오바마 의원 측은 이와 함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인 캐롤라인 케네디 등 3명으로 부통령 후보 물색팀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해 전날 힐러리 의원이 “부통령을 맡을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힐러리 의원 진영은 거의 노골적으로 오바마 의원측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힐러리 의원측 테리 매컬리프 선거본부장은 4일 인터뷰에서 “오바마-힐러리 티켓이면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 카드가 성사되면 연임이 가능한 미국 대통령을 4차례 즉 민주당이 백악관을 16년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힐러리 의원측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면 오바마 정부에서 나름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차기를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오바마 의원 측은 백인 여성 표 등을 감안할 때 힐러리 의원의 지지가 절실하나 힐러리 의원으로 상징되는 워싱턴의 기득권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부통령 후보 지명에 대해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힐러리 의원 측의 압박이 거세지자 이에 대한 당내 반발도 감지된다. 당 원로인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은 4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힐러리 조합을 선택한다면 최악의 실수가 될 것”이라며 “이 조합은 두 후보의 부정적인 면을 한데 모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힐러리를 원치 않는 50%의 유권자와, 흑인이고 경험이 일천한데다 가운데 이름에서 아랍 분위기를 연상하며 오바마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까지 합치면 최악이 될 수 있다”며 “나이가 적고 군사, 국제문제 경험이 적은 오바마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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