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 자율 협의에 의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밝혔다. "재협상은 통상마찰 등 엄청난 문제를 야기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의 기존 '재협상 불가' 방침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지난 4월 타결된 한미쇠고기협상에 대해서 대통령 방미 선물용 '졸속협상' '굴욕협상'이라며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대통령이 정면돌파를 선언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 대통령의 '재협상 불가' 발언으로 정부가 '배수의 진'을 친다는 각오로 던진 '민간 자율 수출입 규제' 방안은 미국산 쇠고기 논란과 관련해 정부의 유일한 해법으로 힘을 받게 됐다. '민간 자율 규제' 방식의 해결책은 지난 4월 타결한 한미쇠고기협상 합의를 원천 무효화하는 재협상은 물론 정부간 추가 협정 없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의 봉쇄'를 전제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강행하겠다는 의미다.
농림수산식품부와 외교통상부 등 한미쇠고기협상의 실무부처들은 애초부터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이 강경했다. 원칙적으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에 대한 정의를 바꿀만한 과학적 사실이 발견되거나 ▦미국이 OIE에서 광우병 위험을 통제할 수 없는 국가로 지위가 변경되는 등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재협상이 가능하지만,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합의를 뒤엎자고 할만한 명분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막다른 골목에 몰리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광우병이 재발할 경우 검역주권을 보장한다는 양국 정부의 추가 합의에도 불구하고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지기만 했다. 야권뿐 아니라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도 재협상 추진론이 세를 키워가면서, 정부는 또다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고시를 무기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연기에 대한 미국측으로부터의 압박도 만만치 않았다.
정부는 3일 자율수출규제를 포함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중단할 수 있는 방안을 미국쪽에 요청했다는 최후통첩을 내놓았지만, 이것도 "양국 정부의 보증 없는 민간 차원의 자율 수출입 규제의 실효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역풍에 휘말렸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등 반대진영은 재협상을 통해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금지를 못박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정부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야권과 시민단체의 '재협상 요구'를 일축하면서 "문제의 핵심은 30개월 이상된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ㆍ미 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민간 육류수입ㆍ수출업체간 30개월이상 쇠고기를 거래하지 않겠다는 공동 결의 또는 합의가 이뤄지면,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강행해 미국산 쇠고기에 건 빗장을 풀겠다는 것이다.
정부간 협정은 물론 어떠한 문서 형태로도 정부의 공식적 보증을 해줄 수 없다는 점에서 민간 자율 수출입 규제 해법에도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미국 업체들이 한국 수출용 쇠고기에 월령표시를 하고, 국내 수입업체들이 30개월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질적으로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한 재협상과 동일한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이미 일정 수위를 넘어선 민심을 붙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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