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부터 5일까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유엔 식량안보 정상회의에서 바이오 연료가 뭇매를 맞았다. 화석연료 고갈과 기후변화 등과 관련해 신재생에너지의 대명사로 각광을 받았던 바이오 연료. 그러나 최근 전 지구적 식량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졸지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물론 바이오 연료가 식량가격 폭등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정설이 없다.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식량가격 폭등을 초래했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면서 “보다 많은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그러나 바이오 연료가 사람들로부터 막대한 곡물을 빼앗아 가는 것은 명백하다. 지난해 미국은 옥수수 생산량의 3분의 1, 브라질은 사탕수수 생산량의 절반 이상, 유럽연합(EU)은 회원국들이 생산한 유채씨의 60% 가량을 바이오 연료 생산에 투입했다. 교토 의정서 가입을 외면했던 미국은 뒤늦게 농가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바이오 연료 생산에 분발하고 있다. 여기엔 석유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이슬람 과격세력의 테러를 막고 중동민주화를 앞당긴다는 논리도 한몫 했다. 미국과 EU의 바이오 연료 보조금 지급은 세계식량안보 차원에서 지탄을 받고 있다.
▦ 유럽에서 석유 대체재로 선호되는 바이오 디젤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야자유가 원료다. 인도네시아는 야자 플랜테이션을 만들기 위해 막대한 면적의 습지와 열대 우림을 파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 천년 쌓인 습지 유기층이 몇 년 안에 분해되면서 바이오 디젤 사용으로 줄어드는 양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바이오 디젤은 ‘국제 사기극’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지구촌은 이제 식량을 놓고 사람과 경쟁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더 늘리지도 않을 제2세대 바이오 연료에 희망을 걸고 있다.
▦ 2세대 바이오 연료는 짚이나 목재 등 농림산 폐기물을 활용한다. 야트로파, 스위치그래스, 갈대와 같은 잡초, 잡목도 주목 받는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김경수 박사팀은 우뭇가사리 등 홍조류에서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2세대 바이오 연료가 실용화하려면 5~1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기술 개발과 비용의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잡초와 잡목은 엄청난 번식력으로 생태계 재앙을 초래할 위험성도 지적되고 있다. 결국 바이오 연료의 완전한 해답이 없는 셈이다. 죽으나 사나 에너지를 아끼고 적게 쓰는 삶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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