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과학으로 재현한 대자연의 경이
현대미술가가, 평론가와 큐레이터의 사랑을 받으며 대중의 즉각적 호평을 끌어내는 데 성공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일에 가깝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성공하는 이가 나타나고, 현대미술의 역사는 빈 서판에 이름 하나를 추가하게 된다.
현재 그런 위치에 오른 것처럼 뵈는 작가가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태어나 덴마크와 아이슬란드에서 성장한 올라푸어 엘리아손(Olafur Eliassonㆍ41)이 바로 그 주인공.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1993년 이후의 주요 작업을 망라한 대형 개인전 <올라푸어 엘리아슨: 테이크 유어 타임> 을 선보이고 있다. 올라푸어>
부제는 일차적으로 “천천히 둘러보세요”란 말이지만, 이차적으론 “시공간 감각을 변형시키는 작업들을 통해 ‘한시적으로 관람객 각자에게 특화되는 시간’을 영위해보시라”는 뜻이다.
엘리아손은 마치 과학자처럼 이러저러한 가설들을 세우고 그것을 주어진 공간 안에서 실험하는데, 일관하는 소재는 ‘과학의 시선으로 고찰된 자연’과 ‘인간의 시각적 인지 능력’이다. 작가는 관람자의 ‘연루(involvement)’와 작품의 ‘일시성(temporality)’이 자신의 지속적인 관심사라고 강조한다. 문화 제도로서의 미술관을 비평하는 작업임을 강조하는 포석이다.
국제적인 명성은 2003년 진행한 <날씨 프로젝트(weather project)> 에서 얻었다. 작가는 거대한 내부 공간을 자랑하는 테이트미술관의 터빈홀에 타원형의 초대형 조명 시스템을 설치했는데, 설탕물 수증기로 안개를 연출하고, 천정은 거울로 뒤덮었다. 관객들은 노란 빛으로 가득한 몽롱한 연무 속에서 완전히 넋을 잃었다. (어찌 보면,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과 유사했다.) 날씨>
홀린 표정의 사람들은 천정의 거울에 검은 실루엣으로 비춰진 제 모습을 찾고자 손을 흔들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아예 바닥에 누워 인공 태양과 거울 속 자신을 번갈아 감상하기도 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 장관에 동참하려고 100만 명 이상이 미술관을 찾았다.
신비한 북구의 이미지를 교묘히 활용하는 작가는, 대자연의 광학적 경이를 작품으로 재현하지만, 각종 기계 장치를 그대로 노출시킴으로써 ‘미천한 눈속임’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이러한 노출의 기제에 대해선 “마치 고교 과학 박람회 같다”는 부정적 촌평도 존재한다.
아무튼 이런 경향이 시작된 때는 1993년. 작가는, 갤러리 공간에 동력 분무기를 가동시키고, 발생된 안개에 프레넬 전구로 빛을 비춰, 오로라의 형태로 아른거리는 무지개를 띄웠다. 제목은 <아름다움(beauty)> . 아름다움(beauty)>
작가는 올 여름 뉴욕의 허드슨 강에 한시적으로 초대형 인공 폭포를 설치할 계획이다. 그런데, 벌써 “우리 시대의 알베르트 슈페어”라는 평이 나왔다. ‘나치 식의 기념비성’을 추구하는 몹쓸 작업이라는 뜻. 평단이 실물에 어떻게 반응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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