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초등학교 여학생 납치사건이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경찰이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해 수사가 겉돌고 있다.
8일 대구 달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4시10분께 대구 달성군 유가면 허모(72)씨 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2명이 침입, 허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마구 때린 후 큰 손녀인 은정(13ㆍ초6) 양을 납치해 달아났다.
허씨는 “남자 1명이 방에 들어와 얼굴을 때렸고, 옆방에서 자다 나와 말리던 은정이를 다른 남자가 데리고 갔다”고 말했다.당시 허씨의 작은 손녀(11ㆍ초4)는 옆방에서 잠이 깬 후 숨어있다 이들이 사라진 후 이웃에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당초 은정양이 새벽에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끌려갔는데도 반항한 흔적이 없고 집안에 사라진 물건도 없으며 납치후 범인의 협박전화도 전혀 걸려오지 않아 면식범의 소행으로 추정, 비공개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손녀가 납치됐는데도 진술이 일정하지 않은 허씨가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을 것으로 보고 집중 조사했으나 별다른 단서를 밝혀내지 못했다.
또 이달 1, 2일에는 같은 동네 중학생 자매가 “은정이가 탈출했다며 3통의 수신자부담 전화를 걸어왔다”고 경찰에 거짓 제보를 하면서 혼란을 부추겼다.
경찰은 초동수사에서 단서가 드러나지 않자 사건 발생 닷새째인 3일 앰버경보(실종아동경보)를 발령, 공개수사로 전환했고 5일에는 수사전담팀을 수사본부로 격상시켰다. 허양 부모는 타지에서 일하고 있으며 할아버지 허씨가 월세 5만원짜리 집에서 허양 자매와 함께 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단순 납치와는 전개양상이 확연히 달라 원한관계에 얽힌 면식범의 소행과 가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중”이라고 말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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