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적으로 싸웠던 두 나라의 청소년에게 공통교과서로 역사를 가르치자는 움직임이 독일과 프랑스, 폴란드 등 유럽에서 확산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처럼 시민단체나 학자들간 운동은 있었지만 실제로 학교에서 공통교과서를 채택할 수 있었던 것은 자국 중심의 편협한 역사 인식을 극복하자는 각국 정상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나폴레옹 몰락 이후 유럽 체제가 재편되는 1814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 종전까지의 역사를 담은 고교 2학년용 공통역사교과서를 만들어 4월부터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6일 보도했다. 두 나라는 지난해 처음 고교 3학년용 공통역사교과서(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역사)를 만들어 같은 교과서로 역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과거사를 둘러싼 독일과 프랑스의 대화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30년대. 제1차 대전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 자국은 위대하고 이웃 나라를 적으로 취급하는 과거의 역사기술을 벗어나자는 뜻에서 진행되던 논의는 2차 대전 발발로 중단됐다.
하지만 독일 분단 뒤 서독과 프랑스의 관계가 긴밀해지고 유럽연합(EU)이 탄생하면서 다시 대화가 활기를 띠기 작했다. 2003년에는 두 나라 청소년 교류단체가 “이웃 나라의 역사를 더 알고 싶다”는 제안을 했고 때마침 열린 독일ㆍ프랑스 정부의 정기 합동 각료회의 자리에서 당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공통교과서 계획 지원 의사를 표명해 성사됐다.
공통교과서는 두 나라 학자와 교사가 6명씩 2인 1조로 한 장(章)을 맡아 이메일로 원고를 주고 받으며 집필했다. 두 나라는 침략과 학살 등 어두운 역사가 적지 않았지만 이미 양국 학자들의 해석이 일치한 부분이 많아서 전쟁 책임을 둘러싼 의견 대립은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불전쟁과 제1, 2차 세계대전, 동서독 분단과 통일 등 차이가 있는 부분은 두 나라의 시각을 나란히 보여주는 방식으로 편집했다. 공통교과서는 현재 독일과 프랑스에서 종마다 4만~6만권 정도 보급돼 수업에 사용되고 있다.
독일과 폴란드에서도 지난해 공통역사교과서 1,000부를 만들어 작센주(독일)와 실론스크(폴란드) 초등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두 나라 역시 1970년대부터 학자 등 민간에서 공통교과서 구상이 제기됐지만 실제 교과서 발행은 외무장관끼리의 합의로 가능했다.
한국과 일본도 최근 수년 사이 두 나라 학자와 시민ㆍ교사단체가 만든 수 종의 공통역사책이 나왔지만 대부분 부교재나 참고 도서에 그치고 있다. 두 나라 정부의 과거사 연구와 교육에 대한 관심은 아직은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활동에 머무는 정도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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