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빌 게이츠 아름다운 일선 퇴진?…그 이면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빌 게이츠 아름다운 일선 퇴진?…그 이면엔

입력
2008.06.09 00:59
0 0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동업자’로 평가 받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가 사실은 충돌이 잦았으며, 그런 갈등이 결국 빌 게이츠의 조기 퇴진으로 이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빌 게이츠가 이달 말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는 데다 스티브 발머 역시 최근 공식적으로 “10년 내 경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미묘한 시기에 MS사 두 주역의 불화설 불거져 MS의 앞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게이츠와 발머는 동갑에 하버드대학 동기 동창으로 절친한 포커 친구였다. 게이츠는 1975년 대학을 중퇴하고 고교동창 폴 앨런과 MS를 설립했다. 하지만 발머는 계속 학교에 남아 학위를 취득했고, 1980년에 MS에 합류해 2000년 게이츠로부터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 받을 때까지 20년간 MS의 2인자로 판매 분야를 담당했다.

‘상호 경쟁과 일 중독’으로 요약되는 두 사람의 우정은 곧바로 MS의 기업문화가 됐고, 두 사람사이에 업무 구분 뚜렷하지 않았어도 회사는 상호 신뢰 속에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기업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인터넷 발전 등 정보기술 환경이 급변한 데다 미국 정부마저 반 독점법 위반으로 MS를 제소하는 등 안팎으로 회사에 위기가 겹쳤다.

게이츠는 결국 2000년 CEO자리를 발머에게 내어주고 자신은 최고 소프트웨어 설계책임자(CSA)라는 자리로 물러나 기술개발에 주력하기로 결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설립자로서 게이츠의 영향력은 여전했다. 그는 중역들 보는 앞에서 종종 냉소적인 어투로 발머에게 무안을 주기도 했다. 한번은 중역회의에서 게이츠가 중역들을 공격하는데 발머가 나서 중역들을 옹호하자 게이츠가 불 같이 화를 내며 회의실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이후 20년지기 두 사람은 게임기 X박스 개발을 비롯해 여러 핵심 사업에서 충돌했다. 시급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이 둘의 이견으로 늦어지는 일도 잦아졌다.

위기를 느끼기 시작한 다른 중역들은 MS 초기의 주요 투자자인 데이브 마쿼트를 중재자로 내세워 두 사람의 역할 정리에 나섰다. 두 사람의 부인들까지 나서 종용을 한 끝에 2001년 2월 합의가 이뤄졌다. 게이츠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회사 경영에서 2인자로 물러나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이후 발머는 빠른 속도로 MS 조직을 장악해 나갔다. WSJ은 발머가 게이츠가 사라진 이후의 조직유지를 위해, 독일 사상가 막스 베버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사라진 이후의 조직 장악법’을 깊이 연구했다고 전했다. 발머는 게이츠와 MS의 관계에 대해 “그를 이용하긴 하겠지만, 그가 필요하지는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WSJ은 빌 게이츠가 완전히 경영에서 은퇴할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0여년간 애플의 스티브 잡스,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등 은퇴했던 기업 설립자들이 속속 경영일선으로 되돌아왔다. 설립자의 은퇴번복 현상에 대해 경영컨설팅 전문가인 데이비드 내들러씨는 “회사 설립자들은 회사의 영광을 회복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구세주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빌 게이츠가 은퇴를 번복하지 않고 자선사업에 전념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MS가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사라진 이후에도 현재의 지위를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 셈이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