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클레지오 지음ㆍ이수원 옮김 / 글빛 발행ㆍ240쪽ㆍ1만2,000원
“스크린을 비추는 빛은 달이 반사하는 빛과 마찬가지로 밤을 필요로 하고, 달은 원반, 거울, 더 정확히 말해 렌즈와 닮았다. 영사기나 카메라 옵스큐라를 발명한 것은 나뭇잎들의 틈새로 자신의 이미지를 투사하는 바로 그 달이 아닐까?”
이 책은 프랑스의 대표 작가로 손꼽히는 저자가 2007년 칸 영화제 60주년을 맞아 칸 영화제 조직위원장이었던 질 자콥의 의뢰로 쓴 것이다. 저자가 어린시절부터 보아온 영화와 그에 얽힌 체험, 영화에 대해 가진 견해 등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기술한 에세이다.
어린시절 집에서 할머니가 만들어준 간이 영화간에서 시작된 무성영화에 대한 기억, 2차 대전 후 일본 영화 전성기에 대한 회상,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등 유럽영화의 격동기를 거쳐 요즘 이란ㆍ인도ㆍ한국영화에 이르기까지 주요 영화들을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로 재구성해내고 있다. <오데트> (칼 드레이어) <라탈랑트> (장 비고> <우게츠 이야기> (미조구치) <한여름 밤의 미소> (잉마르 베리만) 등 소위 엘리트적인 영화들을 세밀하게 분석하면서 제3세계 영화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한여름> 우게츠> 라탈랑트> 오데트>
영화사 초기의 거장들인 칼 드레이어, 찰리 채플린, 로버트 프래허티, 조르주 멜리에스 같은 감독들을 신과도 같은 존재로 평하면서, 과거 영화계와 오늘날의 산업화된 영화를 대비한다. 영화사 직원이었던 할머니 친구의 사연, 오즈 야스지로가 살던 방에서 하루를 묵었던 일, 중고교 시절 다니던 니스의 영화관 이야기 등 그가 경험한 에피소드들도 흥미롭다.
그는 1901년 프랑스의 영화제작자 샤를 파테가 말한 ‘영화는 미래의 극장, 신문, 그리고 학교가 될 것이다’라는 충격적인 비전이 이미 실현되었다고 하면서 “영화는 문학과는 다른 종류의 말하기 방식”이라고 평한다.
한국영화에 대해 그는 “영화는 미래에 한국의 것이 될까?”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이 질문은 다소 편향되고 공허한 것임에 분명하지만 오늘날의 한국영화는 장르혁신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고 했다. 박찬욱 이창동 이정향 감독과의 인터뷰를 말미에 실었다.
남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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