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항생제만 따지면 국산 육류의 오염 수준이 미국의 3배, 노르웨이나 스웨덴보다는 최고 2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육기간을 감안할 경우 국내 주요 가축 가운데 소의 항생제 사용량(마리당 140g)이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4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주요 축ㆍ수산용 항생제 영향 평가’ 자료에 따르면 주요 국가의 육류 생산량과 항생제 사용량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육류 1톤당 항생제 사용량은 720g으로 미국(240g)보다는 3배, 노르웨이(40g)와 스웨덴(30g)보다는 각각 18배와 24배 높았다.
이 자료는 박용호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식약청 용역을 받아 작성한 보고서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파동이 불거지기 6개월 전인 지난해 11월말 제출된 것이다.
국산 육류의 항생제 사용량이 많은 것에 대해 보고서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국가는 수의사 처방을 받아야 사용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동물약국이나 도매상 등에서 누구나 항생제를 구매해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항생제에 대한 구체적인 제어장치가 없어 질병 치료에 쓰이는 것보다 질병 예방 및 성장 촉진 목적으로 사용되는 양이 전체 항생제의 42~53%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가축별로는 상대적으로 사육기간이 긴 소의 항생제 사용량이 돼지나 닭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소, 돼지, 닭 등에 투여된 항생제는 각각 119톤과 836톤, 282톤에 달한다.
보고서는 분석하지 않았지만, 2006년말 현재 소(202만), 돼지(938만), 닭(1억1,918만)의 사육 두수와 가축별 사육기간까지 감안하면 소 한 마리에 사용되는 항생제는 평균 140g으로 추산된다. 같은 방법을 돼지와 닭에도 적용하면 마리당 사용량은 각각 44g과 0.3g이다.
보고서는 특히 국내 가축에 대량으로 투입된 항생제 중 상당수가 사람도 복용하는 ‘인수(人獸) 공용’ 항생제이며, 이에 따라 사람에게도 치명적인 항생제 내성 세균의 등장 등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산 육류에서 검출된 대장균의 90% 이상이 항생제에 내성을 보였으며, 황색포도상구균의 페니실린에 대한 내성률도 71.7%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교수는 “아직 과학적으로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사람에게 문제가 된 일부 퀴놀론계 항생제 내성균의 등장은 인수공용 항생제 남용에 따른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축 사료에 항생제를 첨가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2005년 항생제 잔류 기준을 초과해 적발된 농가 비율(0.25%)이 일본(0.05%)보다 5배나 많다”며 항생제 남용을 막을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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