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다고 무책임한 흑색선전을 묻어버릴 수 없다. 다시는 이 땅에 ‘네거티브’ 정치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 지난 3월 BBK 의혹 관련 고소ㆍ고발 사건 수사에 대해 통합민주당이 반발하자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이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흑색선전에 관한 한 타협은 없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지난 대선에서 네거티브 전략이 유난히 기승을 부렸던 사실과 함께 심 의원의 발언은 주목을 받았다. 민주당은 BBK 의혹으로 연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공격했고,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국가기관이 이 후보를 뒷조사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정치인들의 막말과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행태에 국민들은 염증을 느꼈다.
그러나 심 의원의 주장은 결국 ‘쇼’에 불과했다. 5일 한나라당은 “BBK 관련 고소ㆍ고발을 취소하겠다”고 밝혔고, 민주당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화답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고소ㆍ고발도 조만간 취소될 분위기다. 정치권은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며 희희낙락하는 모습이다.
국민은 어이가 없다. 어떤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더라도 결국 책임을 회피하려는 비겁한 행태일 뿐이다. 무책임한 의혹 제기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무차별적인 고소ㆍ고발로 수사 부담을 초래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다행스럽게도 법무부는 이런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 지난 3월 “네거티브 사범은 고소 취소 여부와 관계없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옳은 방침이다. 검찰은 여ㆍ야를 막론하고, 고소 취소와 무관하게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 이번에도 네거티브 사범 엄단 약속이 ‘구두선’에 그친다면 검찰은 정치권과 함께 “정책선거의 정착을 지연시킨 공범”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박진석 사회부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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