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초반 이후 명맥이 끊겼던 전국 검사장 회의가 부활한다. 그러나 검찰은 ‘광우병 파동’으로 어수선한 정국 상황을 살피느라 5년 만에 열리는 전국 검사장 회의 일정을 두고 오락가락 하는 등 적잖이 고심하는 눈치다.
대검찰청 오세인 대변인은 4일 오전 “김경한 법무부 장관 주재로 검사장과 지청장 등 77명이 참석하는 전국 검사장 회의가 20일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오 대변인은 불과 1시간 뒤 “일정이 유동적이다, 날짜가 바뀔 수도 있다”고 번복했다. 통상 검사장 회의를 할 경우 이뤄지는 검사장들의 청와대 예방 및 대통령과의 식사 일정에 대해서도 “한다면 만찬을 하겠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번에 추진되는 전국 검사장 회의는 2003년 6월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것이어서 검찰로서는 의미가 적지 않다. 정부 수립 이후 매년 한두 차례 전국 검사장들이 모여 현안을 논의하고 대통령과 식사를 하던 행사는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6월 제62회 회의 이후 맥이 끊겼다. 대선 자금 수사, 노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 등으로 인해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한 것이다. 정권과 검찰의 관계가 껄끄러운 상태였기 때문에 아예 회의 자체를 취소한 채 총장 주재의 전국 검사장 간담회로 대체했다.
이번 검사장 회의 안건에는 ‘법질서 확립 방안’이 포함돼 있어 최근 정국의 핵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및 시위’대처 방안에 관한 의견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촛불집회 등으로 정국이 불안한 상황에서 검사장들이 단체로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이 곱게 보일 리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회의는 당초 5일로 예정됐다가 일정이 몇차례 연기됐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이번 회의로 검찰 독립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거치는 동안 정권과 어느 정도 일정 거리를 두며 독립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는 검찰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5년간 중단됐던 검사장들과 대통령의 상견례를 갖는다면 과거회귀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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