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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여성 80%가 감염 HPV 면역력 저하로도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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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여성 80%가 감염 HPV 면역력 저하로도 생겨요

입력
2008.06.09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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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주부 A씨는 자궁경부암 선별 검사에서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ㆍHPV)에 감염됐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A씨는 남편의 문란한 성생활로 감염됐다고 지레 짐작해 크게 부부싸움을 했다. 하지만 A씨는 면역 상태가 상대적으로 저하된 기간에 HPV에 노출된 것이 감염 및 관련 질환의 원인이라고 추정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궁 입구인 자궁경부에 생기는 자궁경부암이 문란한 성생활 때문에 발병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성생활을 해도 누구나 HPV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

여성 10명 중 8명이 일생에 한번은 HPV에 걸릴 수 있다. 더구나 HPV에 감염돼도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감염 여부를 모르는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퍼뜨릴 수 있다. 가장 흔한 전파 경로는 성관계를 통한 전파이지만, 10~15%의 HPV는 성 관계 이외의 경로(손, 구강, 피부 접촉 등)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A씨의 경우는 성인 여성의 80%에서 평생 한번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은 마치 감기에 걸린 경우처럼 누군가의 잘못 때문이라고 성급히 결론 내리는 것은 무리다.

사실 HPV는 100가지 이상의 유형이 있다. 자궁경부암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16형과 18형은 암 발병의 70%를 차지한다. 자궁경부암은 일반적으로 30~50대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지만, 우리나라도 성생활 시작 연령이 낮아지면서 20대 여성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또한 40대 이후에 나타나는 자궁경부암도 사실은 20~30대에 감염된 HPV가 원인일 수 있다. HPV 감염 이후 자궁경부암으로 악화하기까지는 5~20년이 걸린다. 설령 자궁경부암 발병 원인인 고위험군 HPV에 감염돼도 모두가 자궁경부암으로 악화하지는 않는다. 절반 이상의 HPV 감염은 1~2년 이내에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HPV에 감염된 이후 전신적인 면역이 생성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어 한번 감염돼 치유됐던 사람도 몇년 뒤 같은 유형의 HPV에 의해 다시 감염될 수 있다.

여성은 생리와 임신 기간에 HPV에 노출되면 감염될 가능성이 높으며, 만성 질환으로 오랜 기간 면역이 저하된 환자에서도 감염 위험성이 높다.

남성의 경우 해부학적으로 여성과 달라 HPV 감염을 쉽게 진단하기 어렵다. HPV는 주로 전신적 면역이 떨어진 사람이 잘 감염된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한 기본 수칙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다. 여기에는 건강한 성생활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런 생활습관이 자궁경부암을 근본적으로 예방해 주지는 못하므로 정기적으로 자궁경부 세포검사를 받고, 백신을 접종해 예방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아직까지 HPV 관련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효과가 입증된 약물은 없다. 대부분 병변 부분의 부분 절제(원추 절제술)를 시행하는데 95% 이상 완치된다. HPV 감염 및 관련 질환에 대한 최선의 방어는, 아직까지는 예방 백신에 의한 1차 예방이라 할 수 있겠다.

박종섭ㆍ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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