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창간 이후 54년을 달려오는 동안 수많은 독자들이 한국일보와 고락(苦樂)을 함께 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십만 독자들이 매일 한국일보와 아침을 열고 세상을 본다. 이들이 '한국일보'라는 '눈'을 선택한 이유는 다양하고 각별하다. 사회 각 분야에 포진한 독자들로부터 한국일보와의 인연, 한국일보의 장점, 한국일보에 대한 바람 등에 대한 촌평을 들어봤다.
■ 사회창안 프로그램 등 돋보여/ 박원순(52)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변호사
① 한국일보와의 인연
한국일보와의 인연은 상당히 깊다. 어릴 때부터 소년한국일보를 봐 왔고, 성인이 돼서는 조간신문이 많지 않았던 시절, 나의 아침을 여는 신문으로 자리잡았다. 지금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은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② 한국일보, 이래서 좋다
시민사회단체 일을 하면서 한국일보와의 인연은 더욱 깊어졌다. 10여년 전 참여연대와 공동으로 진행했던 민선 지방자치 2주년 기념사업과 지난해 희망제작소의 사회창안 프로그램은 사회 발전을 위해 매우 뜻 깊은 일이었다.
③ 한국일보에 바란다
한국일보는 투명한 신문이다. 언론들이 각기 색채를 띄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정파에 기울어지지 않고, 중도를 지키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며, 그로 인해 한국일보의 가치가 높게 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신선한 아침 공기와 더불어 보는 굿 뉴스'라는 한국일보의 이미지가 더욱 확고해지길 기대한다.
■ 따끔한 교육정책 비판 큰 도움/ 김종환(34) 영훈중학교 도덕교사
① 한국일보와의 인연
딱히 언제부터 한국일보와 연을 맺게 됐는지 짚어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출근시간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됐다. TV 저녁 뉴스도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이지만 활자로 사회 현상을 분석해놓은 것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것은 그 동안 한국일보와 함께 한 결과다.
② 한국일보, 이래서 좋다
한국일보의 교육 관련 기사는 특히 내용이 충실하다. 동료들과 교육문제를 이야기 할 때 소식통, 분석통이 되는 비결이다. 기사가 잘못된 교육 정책을 꼬집을 때는 가끔 가슴이 뜨끔하기도 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한 쪽으로 기울지 않고 중도를 지키는 논조는 내가 한국일보를 선택한 이유다.
③ 한국일보에 바란다
읽기만 하던 한국일보에 글을 쓴다니 집 사람도 거든다. 문화면이 알차고 재미있다고, 여행면이나 엔터테인먼트면의 유려한 문체는 신문 보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는 칭찬이다. 앞으로도 알찬 기사로 가득한 한국일보를 기대한다.
■ 사람 냄새 가득한 지면 만들길/ 방광선(44) 공군 중령
① 한국일보와의 인연
정훈 업무를 보게 되면서 한꺼번에 여러 신문을 접하게 됐다. 한국일보는 첫 눈에 확 잡아 끄는 '미스코리아' 같은 매력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은근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된장찌개' 같은 신문으로 다가와 지금도 애독하고 있다.
② 한국일보, 이래서 좋다
고 이주일씨의 '나의 이력서'를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이 커 이 코너는 가장 즐겨 읽는 기사가 됐다. 특히 장명수, 고종석씨 등 명칼럼이 즐비한 것은 신문 읽는 재미와 함께, 밖에 나가서도 풍부한 식견을 자랑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국방이나 안보 관련 뉴스 역시 튀지 않는 차분함 가운데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고 있어 보기 좋다.
③ 한국일보에 바란다
지금처럼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소식을 계속 전해주기를 바란다. 또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기사들을 읽어 봤으면 하는 것도 조그만 바람이다.
■ 정확한 쇠고기 보도 신뢰 더해/ 박기석(62) 하나유통상회 운영 (농산물판매상)
① 한국일보와의 인연
한국일보는 유독 시장 상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수십년전 한국일보가 지금보다 더 젊었을 때부터 매일 아침 배달되는, 패기있고 활력에 넘치는 기사로 채워진 한국일보는 세상을 보는 눈이 됐다.
② 한국일보, 이래서 좋다
한국일보는 국민의 신망 받는 중립지로서 언제나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정확한 보도 성향을 보여 지금까지 애독하고 있다. 특히 최근 혼란이 가중되는 미 쇠고기 수입 파동 등과 관련된 기사에서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정확한 보도를 하고 있어 신뢰가 한층 높아졌다.
③ 한국일보에 바란다
한국일보가 항시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많이 주기는 하지만 때로는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이 아쉬울 때가 있다. 독자들이 편의에 따라 지면을 선택해 볼 수 있도록 섹션지면 도입도 건의해 본다. 한때 겪었던 경영상 어려움을 이기고 새롭게 도약하는 한국일보가 앞으로도 지금까지 보여온 강점을 살려 국내 최고의 정론지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 고품격 기명칼럼 읽는 재미 푹/ 전병헌(50) 통합민주당 의원
① 한국일보와의 인연
고교시절부터 한국일보를 보기 시작했다. 당시 조간은 한국일보와 조선일보 두 종류였는데 우리집은 신뢰도가 높은 한국일보를 읽기 시작했다. 조세형 워싱턴특파원이 보내는 심층기사나 정경희 논설위원, 장명수 기자의 정곡을 찌르는 칼럼, 김훈 기자의 문학기행 등은 내가 열독하던 코너였다. 대학교 2학년 때는 독자투고가 채택돼 사진과 함께 지면에 실리는 영광도 맞봤다. 내 인생과 함께해 온 신문이다.
② 한국일보, 이래서 좋다
한국일보는 아침을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는 신문이라서 좋다. 각종 정보들과 현안을 밸런스 있고 다양하게 전달해 준다. 편집이나 제목이 거칠지 않고 점잖아서 선정성이 지나친 다른 신문과 차별화한다. 이는 한국일보가 신뢰도 높은 언론으로 각인된 이유다. 논점의 밸런스가 돋보인다. 독자를 빠져들게 하는 다양한 기명 칼럼들의 높은 수준도 강점이다.
③ 한국일보에 바란다
아쉬운 점은 다양한 이슈들을 빠짐없이 보도하는 동시에 이슈에 대한 집중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연속해 1면에 게재된 공세적 아젠다 설정을 위한 여론 주도형 박스기사는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蚣 정한 사설은 '시대의 등대'김선영(29) YTN앵커
① 한국일보와의 인연
학창시절엔 아버지가 구독하는 신문을 따라 읽었지만 2003년 앵커로 입사 후엔 직접 모든 신문을 꼼꼼히 읽는 편이다. 구체적인 정보를 얻고, 뉴스를 공정하게 전해야 하기 때문에 늘 고민이 깊은데, 좌우에 치우치지 않는 한국일보가 많은 도움이 된다.
② 한국일보, 이래서 좋다
한국일보의 백미는 오피니언 면이다. 사설의 경우 논조가 공정해 현안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고, 칼럼진도 다양해 개성 있는 글들을 맛볼 수 있다. 기사도 객관성을 담보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혹자는 사안마다 논조가 흔들린다는 지적을 하기도 하지만, 직업의 특성상 치열한 이슈 전쟁이 벌어지면 판단이 애매해질 때가 있는데 큰 도움이 된다.
③ 한국일보에 바란다
아쉬운 점은 헤드라인이 평이해 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다른 신문들에 비해 눈길이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도의 장점을 살려 이슈를 선점하는 해설기사와 참신한 제목으로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신춘문예 당선 각별한 애정/ 손택수(38) 시인
① 한국일보와의 인연
십년 전 낙방거사 노릇만 하던 암울한 문청에게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꿈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의 감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② 한국일보, 이래서 좋다
이런 각별한 인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내가 한국일보에 유독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은 '한국시단' 때문이다. 신문에 있어 시는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를 정화하는 환풍기 날개와도 같다. 매주 실리는 이 한 편의 시가 일상에 지친 우리의 한 주를 얼마나 견딜만한 것으로 만드는지 모른다.
③ 한국일보에 바란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대체로 편집 형식이 어딘지 모르게 투박스럽게 느껴진다는 점일 것이다. 산해진미가 좀 더 맵시있는 상차림 방식을 만날 때 행복감도 배가 되지 않을까. 독자에 대한 보다 섬세한 배려가 매끄러운 지면 편집을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평생독자 선택 지금껏 뿌듯/ 조용경(57) 포스코건설 부사장
① 한국일보와의 인연
그전부터도 한국일보를 읽어왔지만 1991년 평생독자가 됐다. 정진석 기자(현 국회의원)의 권유 때문이었다. "조 선배! 당장은 큰 돈으로 보이지만, 평생 구독료 걱정 없이 살게 해 드릴 테니 눈 딱 감고 가입 하쇼." 그래서 당시엔 거금을 쾌척했다. 평생독자가 되니 좋은 점이 많았다. 매월 구독료 낼 필요가 없어 홀가분했고, 지난해 11월 평생독자 선물로 '반 고흐 전시회' 입장권 2매를 받아 간만에 문화생활의 '호화'를 누릴 수도 있었다.
② 한국일보, 이래서 좋다
한국일보의 기사와 칼럼은 사회 현안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준다. 다양한 기사들 가운데서도 이유식 논설위원의 경제칼럼은 줄을 처가며 읽는다. 그의 글은 실타래처럼 꼬인 경제현안들을 예리한 분석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다. 장명수 칼럼은 괜찮은 어른으로 살려면 우리 사회의 여러 현상들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 성찰하게 해줘서 좋고….
③ 한국일보에 바란다
한동안 경영이 어렵다던 한국일보가 흑자로 돌아섰다는 소식은 상쾌하다. 앞으로도 평생 구독료 걱정없이 신문을 볼 수 있겠다.
■ 보다 다양한 심층보도를 기대/ 안준호(52) 프로농구 삼성 감독
① 한국일보와의 인연
스포츠인이자 한국일보 창간 사주인 고 장기영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존경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일보 독자가 됐다. 개인적으로 한국일보를 구독한 지 30년이 넘었고 평생독자다.
② 한국일보, 이래서 좋다
한국일보는 기본적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신문인 것 같다. 공정성과 객관성이 마음에 든다. 오래 전부터 장명수 칼럼과 사설을 즐겨본다. 스포츠면은 농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 소식도 빠짐 없이 꼼꼼히 읽는다. 스포츠면은 재미와 깊이가 있다.
③ 한국일보에 바란다
공정성이나 객관성은 다른 신문보다 훨씬 뛰어나지만 현안을 좀더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고 핵심을 부각시키려 노력하는 점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개인적으로 깊이 있는 심층보도를 주문한다.
■ 앙드레 김(73) 패션디자이너
① 한국일보와의 인연
문화에 대한 욕구는 컸지만, 어려운 시절에 태어나고 성장해 그것을 채울 방법은 많지 않았다. 한국일보는 그런 나의 갈증을 풀어주는 존재였다. 세계 문화계의 다양한 소식을 가장 풍부하게 소개하는 신문이었다.
② 한국일보, 이래서 좋다
내가 한국일보에 특별히 애착을 갖는 이유는 미스코리아 대회를 비롯해 각종 문화 행사를 선도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샤갈, 마티스, 피카소, 고흐 등 어마어마한 전시를 앞장서 열어줘서, 독자로서 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③ 한국일보에 바란다
오랜 독자로서 바라는 점은 기성 세대가 관심을 가지는 이야기도 자주 실어 달라는 것이다. 김연아 박지성 등에 관한 뉴스는 지면을 도배하지만, 우리 세대의 이야기는 점점 소홀히 다뤄지는 것 같다. '그때 그 사람은 뭐하고 있을까' 싶은 사람들의 소식도 자주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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