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지름이 큰 천체망원경일수록 더 먼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현재 거울의 지름이 8m 이상인 천체망원경 13대가 세계 각지에 설치돼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선진국의 천문학자들은 이제 지름이 20m가 넘는 초대형 망원경(ELT, Extremely Large Telescope)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ELT 건설은 한 나라가 감당할 수가 없어 국제적 협력이 필수조건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ELT로는 GMT(Giant Magellan Telescope), TMT(Thirty Meter Telescope), EELT(European Extremely Large Telescope)가 있다.
GMT는 현재 미국 주도로 가장 구체적으로 추진돼 이미 작년까지 개념 설계를 끝냈고 2018년에 완공 예정이다. 지름 8.4m 반사경 7장을 조합해 지름 25m 주반사경을 만들고 칠레 안데스산맥에 세워진다. 미국의 카네기와 스미소니언 등 세계 굴지의 과학재단과 하버드, MIT 등 명문대들이 주축이 돼 추진 중이고 호주가 10% 지분으로 참가하고 있다.
TMT는 미국 주도로 올해까지 예비설계를 마칠 계획으로 있다. 지름 1.4m 육각거울 492장을 벌집처럼 조합해 지름 30m 주반사경을 만들 계획이지만 설치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참여기관은 무어 재단과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캐나다의 대학들이다. EELT는 이름 그대로 유럽이 주도하는 망원경으로 설치 장소는 미정이고 지름 42m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보현산천문대 1.8m 망원경은 이미 세계 50등을 넘어섰다. 우리가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조상이 되려면 ELT 프로젝트 중 하나에 반드시 참가해야만 한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 동부는 계절풍 지대로 천문학적 입장에서는 최악의 기후지대에 속한다. 사막이나 고원 지역이야말로 천문학에는 최적지인 것이다. 일본도 본토에는 1.8m 망원경까지만 배치했고 하와이에 8.2m 망원경을 가진 천문대를 운용하고 있다.
국내 천문학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호주처럼 GMT에 10% 지분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 경우 앞으로 약 10년간 1,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 우리로서는 최첨단 초정밀 거대기기의 개발기술도 획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GMT 위원회에서도 우리나라의 참여를 적극 권유하고 있지만 무작정 기다려주지는 않을 것 같다.
앞에서 거론한 세 ELT 사업 이후 새로운 사업은 적어도 20여 년 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놓치면 우리나라는 대략 2050년까지 천문학 후진국으로 남게 된다. 이 경우 우리 후손들은 지구와 똑같은 행성을 찾는 일, 우리 해보다 수백억 배 무거운 블랙홀을 찾는 일, 수수께끼의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규명하는 일, 우주탄생의 비밀을 밝히는 일 등을 모두 동냥해야만 한다.
‘하늘의 자손’이라고 자부하며 일본에 천문학을 전수해준 우리 조상들을 봐서라도 우리 천문학자들이 내년까지는 GMT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성원해 주기를 바란다. 대형망원경 사업에 참여하는 일은 2006년 정부의 사전 타당성 조사를 긍정적으로 통과한 바 있어 절차상 걸림돌도 제거된 상태다. 기초과학 중의 기초과학인 천문학에 대한 투자가 올해 꼭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우리의 GMT 참여는 UN이 정한 ‘세계 천문의 해’인 내년 국위선양에도 큰 몫을 하게 될 것이다. 사이언스 코리아를 소개하는 영상 앞부분에 우주를 관측하는 GMT의 모습이 나온다고 상상해보라!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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