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사용계획조차 없이 고가의 과학수사장비를 도입해 거의 사용치 않거나, 불법 게임장을 단속하고도 행정처분을 위한 지자체 통보도 하지 않는 등 부적절한 업무처리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업무 지적사항은 모두 55건으로, 2006년 19건보다 3배 가량 늘었다.
감사원이 5일 공개한 ‘2007 회계연도 결산검사보고’에 따르면 경찰청은 장비운용계획도 없이 고가의 장비를 도입해 예산을 낭비했다. 경찰청은 2005년 수립한 ‘과학수사 중기 재정계획’에 따라 18억3,000만원을 들여 지난해 ‘뇌기억 반응 탐지기’ 2대를 들여왔다. 그러나 사전에 장비운용계획을 수립하지 않는 바람에 서울경찰청에 설치된 장비는 2007년 한 해 동안 고작 5차례만 사용됐다. 감사결과 경찰청은 장비운용자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도 실시하지 않았다.
허술한 사행성 게임장 단속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13개 사행성 게임장을 단속하고도 관할 구청에 통보하지 않았다. 단속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 구청 측이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는 바람에 일부 업소는 감사원 지적이 나온 지난해 6월까지 영업을 계속했다. 현행 음반ㆍ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경찰은 사행성 게임장을 단속한 뒤 관할 지자체에 통보, 허가취소, 영업정지, 시설개수명령 등 필요한 행정처분을 받도록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게임장을 단속하는 경찰이 법의 실효성을 깎아먹은 꼴이 됐다.
경찰은 또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 단속법(총단법)을 위반한 사람에게도 총기 소지 허가를 내주는 어처구니 없는 행위로 공공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끼쳤다. 포항북부경찰서는 2005년 3월 불법 수렵행위로 총단법을 위반해 4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은 이모(40)씨에게 2007년 1월 총기 소지를 허가했다. 총단법을 위반해 벌금형을 선고 받은 사람은 3년간 총기 소지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이 밖에 디지털 무선망을 구축하면서 구축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전용회선 임차료 8,267만원을 대신 납부한 경기경찰청 등 경찰청 이하 산하 경찰서들이 총 55건의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감사원의 징계 처리요구를 받아들여 문제가 된 직원을 징계하고, 업무상 오류가 있었던 부분을 시정하는 등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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