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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 나는 환율…외환딜러들 "1000원대 붕괴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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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 나는 환율…외환딜러들 "1000원대 붕괴 가능성은 낮다"

입력
2008.06.09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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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경쟁하듯 요동치는 여러 경제지표 가운데 ‘미쳤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건 환율이다. 연초 936원으로 시작한 원ㆍ달러 환율은 5개월 만에 1,050원을 찍더니 최근에는 불과 일주일 새 30원 넘게 떨어졌다. 굳이 기업이나 금융회사의 외환담당자가 아니라도 가히 현기증이 날 정도. 외환딜러들에게 환율전망을 물었다.

관제(官製)환율

보통 시장의 감시자 역할에 머무는 다른 분야와 달리 외환시장에서 정부(재정기획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는 엄연한 참여자다. 그런데 요즘은 정부가 유일한 참여자처럼 돼 버렸다. 환율이 오로지 정부의 입김대로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외환당국의 달러매도 개입 이후, 전날까지 6일 연속 하락하던 원ㆍ달러 환율은 4일에도 장 초반 1,010원 부근까지 내리다 재정부 관계자의 “최근 환율 급락은 완전히 심리에 의한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는 발언이 알려지면서 급반등했다. 입맛대로 끌어내리던 환율의 하락속도가 너무 빠르다 싶자 브레이크를 건 셈이다.

외환은행 김두현 차장은 “지난달 27일에 이어 28일에도 당국의 개입성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정부의 의지를 확신한 은행 등 시장참여자들이 앞다투어 달러를 팔기 시작한 것이 최근 하락의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정부의 방향 선회에는 대체로 공감을 표했다. 신한은행 홍승모 차장은 “국제유가 130달러 수준에서 환율 1,050원 이상은 무리”라며 “5% 가까운 심각한 물가상승률의 해결책은 현재로서는 환율뿐”이라고 분석했다.

하반기 환율은 유가에 달려

딜러들은 당분간 환율 방향은 정부의 의지에, 장기적으로는 국제유가 흐름에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유가가 지속되는 한 정유사들의 수입결제 및 구매대금 선확보 등 달러수요가 많기 때문에, 원ㆍ달러환율이 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하한선은 1,000원 부근이 대세. 그러나 세자릿수 복귀(1,000원대 붕괴)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김두현 차장은 “올들어 형성된 상승추세선의 하단인 1,010원대 중반선이 깨진만큼 6월중 1,000원선까지는 더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오늘 속도조절에 나선 것에서 보듯 당국도 세자릿수 환율은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우리은행 권우현 과장은 “당국의 입장이 바뀔 때까지는 당분간 1,000~1,025원 사이를 오르내릴 것”이라며 “하반기 당국의 입장 역시 경상수지와 유가 등의 방향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일시적으로 세자릿수 환율에 접어들 수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고유가가 지속되면 1,000원선 아래로의 하락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기전망은 환율에 영향을 끼칠 요인들의 흐름이 워낙 불확실해 엇갈렸다. 김 차장은 “당국의 입장변화 외에는 여전히 환율 상승요인이 대부분”이라며 “국제시장의 달러 유동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3개월 후 쯤에는 1,040원선 위로 올라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전 연구원은 “유가가 안정된다면 연말께는 970~980원선도 가능할 것”이라며 “결국 유가가 관건인데 유가가 150달러를 넘으면 환율도 1,100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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