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메카' 서울광장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진보 진영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및 가두시위의 열기를 6ㆍ10 민주화항쟁 21주년인 10일까지 이어갈 태세인 가운데 보수단체들이 5, 6일 서울광장에서 호국영령 위령제를 갖는 것을 시작으로 10일에는 진보 진영의 집회에 맞서 대규모 '맞불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광우병 파동 이후 본격적인 보ㆍ혁 간 마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광우병 사태 이후 비교적 잠잠했던 보수단체들이 현충일을 계기로 몸을 일으켰다. 전직 북파공작원(HID)과 특수 첩보부대 출신들의 모임인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 700여명은 5일 서울광장에 작전 중 숨진 순직자 7,726명의 위패와 태극기를 꽂고 '현충일 철야 합동위령제'를 열었다. 위령제는 6일까지 계속된다.
또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와 뉴라이트전국연합(상임의장 김진홍)은 10일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5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법질서 수호 국민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집회 후에는 국민행동본부 소속 목사들이 주도하는 철야 기도회가 '문화제' 형식으로 열린다. 서정갑 본부장은 "'친북 좌파 세력'이 평범한 시민을 선동하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중국산 납 생선, 농약 만두 사태 때도 가만 있던 사람들이 유독 세계인이 다 먹는 미국 쇠고기만 반대하는 이유가 뭐냐, 반미 때문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10일 서울에서만 30만명이 참가하는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던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보수 단체와의 충돌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일단 장소를 변경해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 그러나 집회후 야간 거리 시위 과정에서 철야 기도회 참가자들과의 크고 작은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그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문제에 국한해 순수성을 지켜왔던 촛불집회가 자칫 이념 투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팀장은 보수단체의 대규모 집회에 대해 "보수단체 측이 고의적 충돌을 야기해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매도하고 국면을 나쁜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노동계도 '촛불 정국'의 전면에 나설 태세여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민주노총은 5일 '한미 쇠고기 전면 재협상 쟁취를 위한 투쟁계획'을 발표, "앞으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모든 투쟁에 적극 함께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10일부터 14일까지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뒤 15일 총파업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명박 정부와 정책협약을 맺은 한국노총도 촛불집회에 적극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지도부가 최근 조합원들의 자율적 촛불집회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날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미국 대사관 앞에서 장외집회를 갖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촉구했다.
한편 8일까지 계속되는 '72시간 철야 집회' 첫 날인 5일 저녁 서울 시청 근처에 모인 2만 여명(경찰추산ㆍ주최측 추산 3만5,000명)의 학생ㆍ시민들은 한 시간 동안 민중가요 합창, 대학생들의 악기연주 등으로 문화제를 진행한 뒤 거리행진에 나섰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청와대와 신촌 방향으로 향했고, 1만여명은 남대문∼명동∼종로를 따라 행진한 뒤 서울광장 인근에서 다시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은 1만3,000여 명의 병력을 시위 현장 주변에 배치했으나,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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