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쇠고기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날까. 우리 정부가 미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 중단을 요청하면서 한미간 쇠고기 문제는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재협상 거부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들끓는 민심을 가라앉힐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기는 쉽지않아 보인다.
정부는 민간 차원의 약속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양새다. 타이슨푸드, 카길 등 미국 메이저 육류수출업체 5개사는 한국수출용 쇠고기에 월령표시를 자율 결의했고, 국내 수입업자들은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임 금지를 결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아직은 변수가 많다.
미 육류수출업체들이 월령표시 결의에 모두 동참한 것도 아니고, 그나마 ‘최장 120일간’이란 조건을 달고 있다. 더구나 업체들간 약속은 강제성도 없고 지속성도 담보할 수 없어, 양국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추가적인 보장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미국 정부가 한국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광우병 위험이 높은 쇠고기와 해당 부위를 수출하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확실한 방법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바꾸는 재협상이다.
하지만 미국 경기하락, 육류업체들의 이해관계, 연말 대선을 고려해보면 그런 가정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미 무역대표부(USTR) 숀 스파이서 대변인도 이날 “합의사항이 아직 이행되지 않은 데 대해 분명히 실망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미국이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을 고수하면, 별 뾰족한 수가 없다. 우리로서는 수입위생조건의 고시를 무기한 보류하거나 혹은 고시를 하되 검역단계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반입을 거부하는 방법이 있지만, 협상 파기에 따른 통상마찰을 감수해야 한다. 이 경우 국내 정국은 반미감정까지 겹쳐져 극도로 혼미해질 수 있고 대외적으로는 한국의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다.
결국 한미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으면서 30개월이상 쇠고기 문제를 풀 수 있는 대안으로 정부는 ‘민간 자율 규제’ 해법에 힘이 싣고 있다. 현재로선 양국 쇠고기 수출입업체 결의를 통한 자율수출규제(VER)가 유력하다.
양국 정부가 재협상을 하지 않고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입 중단되는 효과를 거두자는 것이다. 그러나 자율수출규제의 경우 업체들이 이탈해도 제재조치를 할 수 없는 등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양국 정부의 강력한 행정지도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자율수출규제의 정착을 장담하기 어렵다. 또한 단기간의 수출자율규제는 별 효과가 없고 상당기간, 또는 영구히 수출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문제는 어느 경우든 미국이 기존의 합의에서 한발 물러선다면, 결국 우리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이 자동차 문제를 포함한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에서 우리의 양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우리가 만든 선례가 있기 때문에 반박할 근거가 부족해진다. 협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만, 이를 교정하기 위해 무리할 경우 당장 국민 자존심 회복과 먹거리 안전성은 확보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각종 협상에서 우리가 떠안아야 할 부담은 만만치 않게 되는 것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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