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한국인들은 과학적 사실을 더 배우라”고 한 발언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버시바우 대사는 3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정부로서는 재협상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한국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 연기에 실망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미 쇠고기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더 배우기를 바란다”고 말했었다. ‘뭣 좀 알고 이러냐’는 식의 거침없는 표현에 대해 대다수 한국인들은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네티즌 사이에서 ‘버시바우 총독’이란 별칭이 나올 만큼 격앙된 분위기다.
이에 대해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전체를 모욕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버시바우 대사가 전화를 해 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데 대해 “과학적 근거도 없이 왜 반대하냐. 실망스럽다”고 지적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제1야당 대표에게 전화해서 ‘실망했다’ ‘그런 발언이 국민의 불안을 야기한다’는 식으로 말했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이후에도 ‘어떻게 사적인 대화가 공개되는지 좀 놀랐다’는 식으로 거두절미하고 말했는데 아주 예의가 없는 것”이라며 “이런 미 정부의 태도는 도무지 어디서 나온 것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초기부터 굴욕적 자세를 보여 이런 오만방자한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곽정숙 홍희덕 의원도 이날 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타오르는 범국민적 분노에 기름을 붓는 오만한 작태”라며 “버시바우 대사는 현재의 한국을 제멋대로 좌지우지할 수 잇는 미군정시대로 착각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대사관 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외교부 내에서도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에 대해 불쾌해 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부 관계자는 “동맹국 대사로서 한국 정치상황을 뻔히 보면서도 직설적 용어로 언론에 입장을 설명한 것은 정치 감각이 부족한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한국 정부가 애초부터 쇠고기 협상을 졸속으로 처리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 쇠고기 협상문에 도장을 찍고 합의한 내용을 지금 와서 국민감정을 이유로 다른 소리를 하는 데 대한 당연한 반응이 아니냐는 것이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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