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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촛불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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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촛불의 미학

입력
2008.06.0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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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통 바슐라르 / 문예출판사

“불꽃 속에서 공간은 움직이며, 시간은 출렁거린다. 빛이 떨면 모든 것이 떤다. 불의 생성은 모든 생성 가운데서 가장 극적이며 가장 생생한 것이 아닐까? 불에서 그것을 상상한다면 세계의 걸음은 빠르다. 그리하여 철학자가 촛불 앞에서 세계에 대해 꿈꿀 때는 모든 것을_ 폭력이나 평화까지도_ 꿈꿀 수 있는 것이다.”(<촛불의 미학> p.55)

가스통 바슐라르(1884~1962)는 ‘문학 상상력 연구의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을 가져왔다고 불리는 프랑스의 철학자다. 미셸 푸코는 스승인 그를 일러 “서구의 인식 전체에 덫을 놓은 사람”이라고도 했다. 바슐라르의 인간관은 ‘몽상하는 인간’,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기 이전에 꿈꾸는 존재”라는 것. 그는 우체국 직원으로 일하다 독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소르본대 교수가 됐다. 당초 과학의 역사를 연구하던 그는 합리적 과학을 가로막는 방해물들인 ‘인식론적 장해’ 즉 꿈 혹은 상상력으로 불리는 비합리적인 것들을 제거하면 객관적 과학에 이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다, 거꾸로 꿈과 상상력의 역동성ㆍ창조성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과학철학자에서 몽상연구가로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인 셈이다. 인간의 꿈과 상상력으로 빚어진 이미지들인 문학ㆍ예술을 물, 불, 공기, 흙의 4원소와 관련시켜 분석한 저작들로 그는 “시인 가운데 가장 훌륭한 철학자이며, 철학자 가운데 가장 훌륭한 시인”이라는 칭송을 들었다. 그의 글 자체가 더없이 시적인 몽상의 기록이다.

4원소 중에서도 불은 바슐라르의 첫번째 주제였고, 그가 죽기 1년 전에 쓴 자그마한 책 <촛불의 미학> 은 그 정점이다. 한때 한국의 문학청년이면 누구나 끼고 다녔다는 책이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깊은 울림을 주는 이 책에서 바슐라르는 “촛불은 혼자 타고 혼자 꿈꾸는 것”이며, “불꽃은 생명이 깃들어 있는 수직성”이라 쓰고 있다. 그가 요즘 한국의 촛불집회를 보았다면, 혼자 아니라 수천 수만이 모여서 타고 있는 촛불의 수직성을 목도했다면, 어떤 미학을 펼쳐 보였을까.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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