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3차 시기가 되자 최윤희(22ㆍ원광대)는 보온용 머플러까지 벗어 던졌다. 조금이라도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함이었다. 입술을 꼭 깨문 최윤희는 바람을 가르며 달려나가더니 힘차게 도약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배에 바가 걸리는 바람에 한국기록(4m11) 경신에는 실패했다.
‘한국의 이신바예바’ 최윤희가 5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2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4m를 넘는 데 그쳤다. 3m80과 4m를 1차 시기에서 가볍게 뛰어넘은 최윤희는 4m15에 도전했으나 세 차례 연속 실패하고 말았다.
지난달 종별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이 2년 전 세웠던 한국기록을 1㎝ 높였던 최윤희는 이번 대회에서는 내심 한국기록을 넘어 올림픽 통과기준기록(4m30)까지 넘봤다. 연습 때는 4m20은 가뿐했고, 4m30도 할 만했다.
그러나 여건이 최윤희를 도와주지 않았다. 전날 오후부터 내린 비로 인해 트랙은 미끄러웠고, 날씨도 쌀쌀했다. 트랙과 날씨를 극복하기 위해 최윤희는 평소 사용하는 것보다 탄성(彈性)이 좋은 장대를 택했다. 그러다 보니 도약할 때 힘이 달렸고 장대는 미끄러웠다.
올림픽 본선 티켓 획득에 실패했지만 여전히 희망은 있다. 최윤희는 이달 말 일본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 출전, 마지막으로 티켓에 도전한다. 설령 이번에 안 되더라도 최윤희는 2012년 올림픽을 보고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최윤희는 대한육상경기연맹 지원으로 다음달 중순 이탈리아로 특별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여자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5m01) 보유자인 옐레나 이신바예바(26ㆍ러시아)가 세르게이 부브카(우크라이나)가 운영하는 클럽에서 훈련 중이다. ‘미녀새’ 이신바예바는 최윤희의 우상이고, 부브카는 남자 장대높이 세계기록(6m14)을 갖고 있는 ‘인간새’다.
“연습 때 4m20을 넘었기 때문에 기대를 했는데 날씨가 안 도와줬어요. 이번 올림픽이 안 되더라도 2012년에는 반드시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할 거예요.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최윤희는 여전히 씩씩했다.
대구=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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