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따오기를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올림픽인 ‘2008 람사르 총회(10월ㆍ창원)를 유치한 경상남도는 이 따오기를 람사르 등록습지인 우포늪에 복원할 계획이다. 따오기는 천연기념물 198호이자 멸종위기 1급 동물인 국제보호조다. 이 따오기는 한반도에 겨울철새로 찾아왔으나 그나마 1978년 DMZ에서 발견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 한반도 정착 실패한 겨울철새
한 종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종의 역사를 잘 알아야 한다. 복원이라는 용어 사용이 그 종의 역사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오기라는 이름은 일제 때 동요로 만들어지면서 우리에게 친숙해졌다. 그래서 친숙한 새지만 텃새가 아닌 겨울철새였다. 겨울철새는 번식지가 우리나라가 아니다.
따오기의 번식지는 중국과 일본 니카타(新瀉)현의 사도(佐渡) 섬이다. 중국과 일본은 그래서 따오기가 텃새인 셈이다. 과거 우리나라에 찾았던 따오기는 겨울철 중국 북동부에서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이 따오기가 우리나라에서는 번식을 하지 못했을까?
새들이 번식을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충족돼야 한다. 첫째는 먹이이며 둘째는 포식자 여부다. 겨울철에 찾아왔다면 먹이에는 큰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오기는 논과 습지에서 미꾸라지, 수서곤충, 올챙이 등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고 살았다. 농약이 개발되지 않았던 시절 우리 농촌에서 이런 먹이는 엄청나게 많았다. 따오기와 먹이서식지, 먹이종류가 같은 황새가 우리나라에 텃새로 살았던 것에서 이런 짐작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번식을 하지 못했다면 포식자의 압력으로 적응하지 못한 게 틀림없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종 복원의 성공사례는 12% 정도(현재 진행 중인 것 제외)가 채 되지 않는데, 실패 원인은 모두 이 포식자의 압력으로 인한 게 많다. 몸 크기가 큰 척추동물들이 직접 잡아 먹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모두 새끼(알) 때 포식을 당한다. 그래서 동물들은 나름대로 포식자 방어행동을 진화시켜 왔다. 적을 물리칠 무기(날카로운 부리나 이빨, 혹은 발톱), 새끼들의 안전을 위한 둥지 위치의 선택과 둥지의 구조, 그리고 사회생활(무리짓기)을 발달시켜왔다.
따오기는 몸의 형태와 행동이 한반도에서 포식자의 압력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몸 안으로 길게 휘어진 부리는 먹이를 잡기 위해 잘 발달되어 있지만 포식자 방어에 매우 취약하다. 둥지도 까치가 뚜껑이 달린 집을 짓는 것과 달리 접시 모양으로 적에게 그대로 노출된 위험한 집을 짓는다. 백로와 왜가리처럼 무리 지어 번식하면 새끼를 보호할 수 있지만 따오기는 단독으로 번식하는 종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생태계에서 따오기는 텃새로 번식시킬 수가 없다. 따오기는 원래 우리나라에서 번식한 종이 아니므로 복원이라는 용어는 쓸 수 없다. 할 수 있다면 철새로는 복원이 가능하다. 중국으로부터 철새로 왔기 때문에 다시 중국에서 철새로 다시 찾게 하면 그것이 복원이다. 이것을 하려면 고도의 학술적 기술이 요구된다.
■ 습지 보호 홍보는 될지 몰라도
현재 철새를 복원시키는 종은 아메리카흰두루미, 독일 흰이마기러기 두 종뿐이다. 이 종은 모두 경비행기를 이용해 번식지와 겨울서식지에 새끼를 이동시키는 방법으로 복원에 성공했다. 만일 우리나라가 이 따오기를 철새로 복원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낸다면 종 복원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질 것이다.
10월 람사르총회를 앞두고 시민단체와 지자체에 의해 시도되는 우포늪 따오기 복원은 습지 보호운동에 좋은 홍보는 될지 모른다. 그러나 따오기를 위하여, 그리고 지구의 자연 경제를 경영하는 데 있어 생물 종 보전은 아주 신중해야 한다.
박시룡 한국교원대 교수ㆍ황새복원연구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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