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는 창간 54주년을 맞아 5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한나라당 홍준표, 통합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 간 대담을 2시간 동안 가졌다. 이후 상황이 변한 대목에 대해선 두 원내대표가 전화를 통한 간접대담을 추가로 가졌다.
홍 원내대표는 “한국일보 덕분에 개원협상에 응하지 않는 형님을 만나게 됐다”며 연배가 위인 원 원내대표를 예우해 분위기가 부드러웠지만 국회 개원, 쇠고기 재협상 등 현안을 놓고는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인적 쇄신에 대해선 두 원내대표 모두 “정무적 판단능력과 현장 감각이 있는 정치인들의 입각이 필요하다”고 같은 의견을 나타냈으며, 대통령의 권위 추락 부분에 대한 우려도 공유했다.
_6ㆍ4 재보선 결과를 평해달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출범 100일밖에 안 됐는데 재보선에서 진 것은 그 만큼 우리가 잘못했다는 것이다. 민심을 겸허히 수용해 국민 뜻을 따르는 정치를 하겠다.
원혜영 통합민주당 원내대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경고다. 이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를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잘 해서 국민이 지지해 준 것이라 착각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거듭 반성하는 자세로 차분하게 다시 시작하겠다.
_그렇다면 바람직한 국정쇄신은 어떤 것인가. 특히 청와대 수석들이 사의를 표명했는데.
홍= 민심 이반은 쇠고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사 파동, 당내 갈등 때문에 지지층이 흔들리고 분열됐다. 여야 갈등도 점점 심해졌다. 최근 친박 복당 문제가 정리되고 또 원 대표의 요청에 따라 대선 당시 고소ㆍ고발을 취소했다. 쇠고기와 고유가에 대해서도 전향적 대책을 세우고 있다.
남은 것은 인적 쇄신이다. 취임 초 제대로 된 검증기구가 없어 인사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 대통령이 인적 쇄신을 계기로 일방적인 통치 스타일을 바꿀 것이라고 본다. 그러려면 청와대와 내각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직언하는 체제가 필요하다. 책임질 사람은 물러나라는 게 국민 요구다. 국민들은 새롭게 출발하는 정부를 보고 싶어한다. 이렇게만 말하겠다. 청와대 수석들의 사의 표명은 책임지는 모습으로 훌륭한 자세다.
원= 수석과 장관을 교체한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 강단 있는 홍 대표가 이 대통령을 잘 설득해서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통 큰 양보를 얻어와야 한다.
_과거 정국이 꼬일 때 정치인 입각으로 당정 및 여야 관계를 풀어가기도 했다.
홍= 정무 감각이 없는 사람이 장관 자리에 가면 많은 문제가 생긴다. 전문가들만 장관을 다 차지한다면 장관 자리가 의미가 없다. 차관만 있어도 된다. 또 정치인은 매년 재산공개 등을 통해 검증된다. 이번 개각 때 정치인이 많이 들어갈 것이다.
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초 내각은 공무원 위주로 짰지만 청와대는 문희상 유인태 의원 등 경험 많은 정치적 동반자들로 꾸렸다. 노 전 대통령이 내각에도 그런 인사들을 썼다면 훨씬 튼튼하고 방향성 있는 국정 운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정치적 경륜과 사회적 평판을 갖춘 정치인들을 내각이나 청와대에 발탁하는 게 좋겠다.
_야당이 보는 바람직한 국정ㆍ인사 쇄신책은.
원=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는데 ‘기왕 끼운 것 어떻게 하느냐’며 끝까지 가는 것은 시간 낭비다.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야 한다. 대통령만 빼고 다 바꾼다, 내각을 새로 짠다고 할 정도로 전면쇄신을 해야 한다. 그게 이명박 정부와 나라가 사는 길이다. 인적 쇄신이 핵심이다. 이명박 정부의 혼란과 실패는 인사 잘못에서 시작됐다. 청와대 수석 비서관 중에 전라도, 충청도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내각 인사 때도 ‘강부자’ ‘고소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어 사정기관장 5자리 중 4자리를 특정 지역과 친목회 출신으로 채웠다. 독선과 독주, 독식의 정치였다. 비판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국정원장까지 보란 듯이 영남 사람으로 마감했다. 결국 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불신으로 바뀌었다.
_한승수 국무총리와 류우익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인적 쇄신 대상인가.
홍= 청와대 수석의 역할은 대통령에게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지 직언을 하는 게 아니다. 임기가 보장돼 있고 국민과 직접 접촉하는 여당 의원들이 바른 소리를 해줘야 한다. 앞으로 여당은 ‘사전 예측 기능, 사후 통제ㆍ감시 기능’을 제대로 행사하겠다. 사전에 행정부의 정책 로드맵을 보고 받아 조정해 완비된 정책을 내놓겠다. 행정부가 이를 잘못 집행하면 사후에 대통령에게 각료 교체 요구권을 행사할 것이다. 과거 여당처럼 행정부의 잘못을 덮어주는 식은 안 한다.
대통령 실장은 그야말로 비서실장이다. 또 총리가 정권 초에 실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다. 10년 만에 정권이 바뀌어 청와대가 주도할 수밖에 없었다. 실질 권한을 행사해 보지도 못한 한 총리 등 내각에 총사퇴를 요구하기보다 일단 기회를 주어야 한다. 문제 있는 각료나 수석을 골라내 인적 쇄신을 하는 게 옳다. 내각 총사퇴는 해방 이후 두 차례 뿐이었다.
원= 대통령 지지도가 취임 100일 만에 10%대로 추락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미증유의 상황인 만큼 정권이 새로 출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대통령 지지도는 10%대지만, 대통령이 경제를 살릴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여전히 50%가 넘는다. 이런 튼튼한 기대가 있으니 진지하게 조언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경험과 인식이 형성된 것은 1960~1980년대다. 대통령이 ‘올드 보이’니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영 보이’로 짜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전면적 인적 쇄신 강조하는 것은 ‘올드 보이’보다 ‘올드 웨이(Old-Wayㆍ낡은 방식)’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촛불집회의 배후가 누구냐, 양초를 누구 돈으로 샀느냐고 하는 게 지금 대통령의 인식 수준이다.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모르고 공안 통치시대의 감각으로, 과거의 눈으로 재단하려 한다. 시대 정신이 잘 체화되고 사회적 도덕적으로 올바른 사람들을 써야 한다.
홍= 김영삼 정부나 김대중 정부 때는 취임 초기 선거가 없었기에 정치인들이 대거 내각이나 청와대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정권 교체 직후인 4월에 총선이 열려 현장에서 민심을 읽던 사람들을 쓰지 못했다. 10년간 야당을 하다 보니 쓸 만한 인재, 특히 호남 인재들은 찾기 어려웠다. 지금도 농식품부 장관을 교체해야 하는데 호남 인사를 찾다 보니 사람이 없다.
원= 그게 아니라, 호남에 한 자리 줘야 하는데 농식품부가 만만하니까 준 게 아닌가. 내각 인사 때 호남에 장관 하나 준 것을 두고 정치 선배들이 ‘박정희 때 인사’라고 하더라.
홍= 장관 발탁을 할 때마다 지역성을 고려해야 하는 게 한국정서다. 앞으로는 대통령이 이런 점도 고려할 것으로 안다. 지지율이 취임 초에 이렇게 떨어진 배경엔 10년 만에 정권 교체를 하다 보니 국민 기대가 너무 높았던 점도 있다. 이 대통령을 뽑아 주면 경제가 확 살아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인사 파동에 쇠고기 파동까지 터졌다. 국민이 화 났을 때는 항복해야 한다. 국민과 싸우려고 하면 안 된다. 이를 기조로 정책과 인사 쇄신을 해야 한다.
_요즘 촛불집회는 과거와 달라졌다.
원= 10대 여학생들이 제일 먼저 앞장을 섰고, 20대와 젊은 어머니들에 이어 40~60대 기성세대까지 폭 넓게 확산됐다. 자유로우면서도 책임감과 연대의식이 강한 젊은이들이 집회의 배후다. 옛날 방식으로 배후가 불순한 용공 좌익세력이라고 보면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홍= 과거 정치 집회에서 정치 구호가 난무했다면, 이번 집회의 목적은 먹거리 안전이다. 처음엔 10대와 10대 자녀를 둔 386 부모들이 집회를 주도했고, 이어 광우병대책특위, 민주노총 등 조직적 단체가 합류했다. 염려되는 것은 먹거리 안전을 위한 집회가 정치 집회로 변질되는 것이다. 집회가 반미로 흐른다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그래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조속히 쇠고기 문제를 매듭지으려 한다. 원 대표의 요청대로 ‘쇠고기 재협상 촉구 결의안’도 수용하고,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를 게재하는 관보도 인쇄 도중에 중단했다. 관보를 찍다 중단한 것도 해방 이후 처음이다.
30개월 이상 소는 수입하지 않겠다고 수입업자들이 자율 결의를 했지만, 그 정도로는 국민이 안심하지 못한다. 그래서 국회를 열어 정부에게 재협상을 촉구하려는 것이다. 국회에 들어오라.
원= 조언 하나 하겠다. 촛불집회의 변질을 거론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국민에게 대접도 못 받는 우리가 집회에 참여한다고 변질되는 게 아니다.
홍= 변질된다는 게 아니라 우려된다는 뜻이었다.
원= 우리가 당력을 총동원해 집회를 열어도 1,000명이 모일까 말까다. 그런데 장대비가 쏟아져도 2만~3만 명이 질서정연하게 집회를 하더라. 또 시민단체 재야단체 사람들이 나서서 연설을 하면 학생들이 ‘왜 그렇게 말이 어렵냐’고 일축한다. 이번 집회 이유는 정치 문제가 아니라 생활 문제다. 젊은이들이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 생활의 위기를 느끼고 있었고, 쇠고기가 인화물질 역할을 한 것이다. 집회에 나온 사람들의 순수성, 자발성이 휘둘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_촛불시위의 순수성은 인정하지만 언제까지 이 문제를 거리에서 논의해야 하느냐. 이제 국회로 끌어들여 정치가 해결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원= 정치권이 무한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해법은 국민이 화났으면 항복해야 한다는 홍 대표의 말에 있다. 업자에게 자율규제를 부탁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이 대통령 본인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국민이 보기에 이 정도면 납득하겠다는 선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이다. 대통령이 보기에 이 정도로 됐다고 해봐야 비바람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촛불을 끌 수 없다.
홍= 국제사회에서 상대국 잘못이 아닌 한 재협상 요구는 계약의 일반원칙 상 어렵다. 대신 국회를 열어 결의안을 통해 재협상을 요청하고, 정부는 이런 요청이 들어왔으니 미국에 다시 해보자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가축전염병예방법은 원칙적으로 고시가 발효된 뒤 문제가 되는 것이다. 고시가 현재 관보에 게재가 안됐으니 예방법을 처리하기 어렵다. 또한 국가간 협정을 국내법으로 제한하자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하면 국제사회에서 미아가 된다.
원= 이건 조약이 아니다. 협약이다. 조약은 국내법으로 제한할 수 없지만 협약의 부작용은 국내법으로 예방해야 하는 것 아니냐. 사실상 양해각서(MOU) 정도다.
홍= 그렇지 않다. 조약 수준이다. 그러니 법에 근거해 고시가 나가는 거다.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미치는 법으로 봐야 한다.
_미국과 국내 수출입업자에게 자율규제를 요청하는 게 구속력이 있겠는가. 미국이 이것조차 흔쾌하지 않은 반응인데 재협상이 가능하겠는가.
원= 미국의 수출업자, 우리 수입업자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출입하지 않겠다고 해서 지켜질 리가 없다.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들도 자율규제가 구속력을 가지려면 정부가 보증을 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재협상은 의지의 문제다. 교역상 거래조건의 문제도 아니고 국민 건강권 문제 아닌가. 정부가 '국민 건강권에 대한 인식이 안이했다'고 하면서 재협상을 요구하면 되지 않나. 정부가 원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원한다고 하면 된다. 공자도 '무신불립'(無信不立ㆍ신뢰가 없으면 설 수 없다)이라 했다. 국민과의 신뢰를 먼저 회복해야 국제적 신뢰도 얻지 않겠나.
_미국에게 재협상이 장기적으로 당신들한테 도움이 된다고 설득할 수는 없는가.
홍= 이번 협상 결과는 세계 97개국과 동일한 조건이었다. 대만은 한국과 같은 조건으로 협상을 완료했다고 한다. 30개월 이상 소의 경우 수출 규모가 4,000만 달러 정도다. 한국 쇠고기 시장이 10억 달러 규모인데 시장논리로만 따지면 4,000만 달러를 포기하더라도 양질의 소를 수출하는 게 옳다. 그렇지만 미국은 그렇게 하면 한국만이 아니라 97개국과의 협상도 다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 재협상을 요구하게 되면 미국이 자동차 문제를 들고 올 때 4,000만 달러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손실이 생긴다. 국제적 문제와 국민 감정 사이에서 미국과 FTA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재협상을 관철하느냐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를 열자는 것이다.
원= 화가 났을 때는 크게 풀어야지 땜질 식으로는 안 된다. 여당이 열심히 한다니 국회에 들어가보자고 할 수는 없다.
홍= 국민이 화났는데 한나라당 지지도가 30%대다. 민주당은 15%밖에 안 된다. 국민이 화 났으면 지지율이 형님네(민주당)로 왕창 가야 하지 않나.
원= 대통령이 잘못하니까 우리까지 덩달아 지지율이 안 올라간다.
홍= 말도 안 된다.
원= 우리가 이번에 강동구청장 선거에서 이겼다. 강동구는 강남 3구에 속하는데 이겼다.
홍= 잘해서 이겼나.
_만약 미국이 재협상을 받아들이면서 자동차 문제를 들고 나오면 어떡하나.
원= 여당과 대통령도 그런 저런 우려가 있으니 잘못했으면서도 그냥 가자는 것 아니냐. 대통령도 '뭐가 문제냐'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며 이제 반걸음을 왔다. 그런데 반 발짝 나왔으니 국민들에게 이해해달라고 할 게 아니라 한 발짝 크게 나와야 한다. 역작용도 있겠지만 국민이 화났으니 확실히 하자는 거다.
홍= 관보 게재를 중단했고 대선관련 고소도 취하했다. 옛날 여당 같으면 협상카드로 썼다.
원= 거기까지 했으니 쇠고기도 확 나가자.
홍= 그러니 국회에 들어와 논의하자는 것이다.
_개원을 전제로 한미 FTA에 대한 민주당 입장은 뭔가.
원= 피해산업에 대한 보완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대책이 마련되면 큰 원칙에서는 동의한다. 국익의 관점에서 어떤 수순과 시점이 유리하냐는 관점의 차이도 있을 것이다. 물론 쇠고기 재협상이 선결되지 않으면 FTA는 한 치도 진전되지 않는다.
홍= 노무현 정부 때 대책을 다 마련했다. 이미 시행 중이다. 최인기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9,000억원만 추가 투입하면 피해계층 대책이 된다고 하더라. 9,000억을 즉시 마련하겠다. 그러면 민주당이 FTA를 반대할 이유가 하나도 없게 된다.
_개헌문제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원= 87년 체제는 권력교체기에 급조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폭 넓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발전 관점과 실용주의 차원에서 해야 한다. 실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홍= 87년 민주화체제가 노무현 정권으로 완성된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이제 통일을 상정해 개헌해야 한다. 권력구조 뿐만 아니라 남북 문제 등 모든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 다만 논의시점이 문제다. 개헌은 醍?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개헌을 한다고 하면 사회단체, 노동단체에서 이익투쟁에 나서고 심지어 검경수사권 요구까지 일거에 터진다. 그래서 최소한 경제가 안정되는 시점부터 논의해야 한다. 18대 국회가 개원하면 연구반 같은 틀을 만들어 개헌을 준비하고 본격 논의는 경제안정 시점에서 하자.
원= 경제가 안정되면 개헌하자는 건 하지 말자는 얘기다.
_선거법 개정 때처럼 민간전문가들로 개헌 준비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면 어떻겠나.
원= 정파적 이해관계가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좋은 방안인 것 같다.
홍= 한 번 검토해보겠다.
_한반도 대운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원= 보류한다고 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지하로 파는 방법 있다고 나오지 않을까.
홍= 원 선배답지 않게 비아냥거리면 안 된다. 환경파괴, 식수원 오염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원칙이다. 두 조건 충족시킨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적 동의가 없는 국책사업은 하기 어렵다.
원= 진정으로 이 대통령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지금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이다. 선진사회로 진입하기까지 기회가 많지 않다. 전면적인 인사 쇄신, 대운하 폐기, 쇠고기 재협상을 한다면 국민 지지가 다시 올라갈 것이다.
_대통령의 권위가 서지 않는 세상이 됐다. 국민과 정치권, 언론이 인내하지 않는다. 일이 터지면 끝까지 몰고 간다. 이런 정치문화의 변화도 필요한 듯 싶다.
원= 노무현 대통령을 떡으로 만드는 데 2, 3년 걸렸는데 한나라당이 그 동안 길을 뻥 뚫어 이제는 2, 3개월밖에 안 걸리는 것 같다. 야당이지만 대통령의 권위와 인격을 불필요하게 폄하하고 비하하는 것은 지양할 것이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더라도 지켜야 할 예의는 있다고 본다.
홍= 대통령의 권위마저 민주화시대를 거치면서 희화화하고 무시돼왔다. 나라의 중심이고 상징인 대통령을 두고 너무 시니컬하게 접근하고 있다.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었고 국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사실 지난 10년 여당에게 대접을 못 받다 보니 대접을 받으려 몸부림을 쳤고, 그러다 보니 싸움이 있었다. 이제는 여당이 솔선수범해서 야당을 동반자로 인정하겠다. 야당의 권위를 손상하고 존재를 무시할 때 돌아오는 부메랑이 더 컸다는 점을 인식하고 대화와 타협을 하겠다. 민주당 의원들 잘 모시고 국회를 안정적으로 끌어가겠다. 그러니 빨리 들어오소.
원= 일하는 국회, 생산적 국회를 위해 상임위별로 소위원회를 활성화하자. 상임위 업무가 방대한데 법안심사, 예산결산, 청원심사만 소위 활동을 하고 소관 부처나 주요 과제를 상시적으로 다루는 데 한계가 있었다.
홍= 좋은 얘기다. 18대 국회에서는 미국 의회처럼 동아태소위, 에너지대책 소위 등 소위원회를 많이 만들자.
원= 지금이야 상임위마다 20여명의 의원들이 방대한 내용을 갖고 질의를 하니 얼렁뚱땅 넘어가지만 소위원회에서 전문적으로 파고들면 정부도 싫어할 거다. 국회 사무처도 예산이 없다고 할 테지만 10개고, 15개고 소위를 만들어보자.
홍= 합시다. 오늘 개원협상에서 첫 번째 합의한 게 이거다.
사회=이영성 부국장 겸 정치부장 정리=정상원기자 ornot@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