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예술로 승화되는 '刹那'
“나의 퍼포먼스는 곧 한 권의 책이에요. 하나의 이즘(ism)과 종교에 빠져 다른 것은 보지 못하는 삶은 살지 말자는 꿈을 무대에서 펼쳐진 결과물이죠.” ‘섹시 미미’ 등 급변하는 성 정체성을 주제로 충격적 퍼포먼스를 펼쳐 온 행위 예술가 이혁발(46)씨가 별난 책론을 펼친다.
최근 그는 <한국의 행위 미술가들> 과 <서울의 행위 미술가들> 이란 제목으로 각각 30여쪽씩의 책 두 권을 잇달아 발표, 전위 예술과 책은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천명했다.(다빈치) “커다란 가방을 들고 행사장에 나타나 온몸으로 예술적 열정을 토해 내고는, 작품 제작비랍시고 ‘거마비’ 달랑 받고 돌아서는 뒷모습이 무척 쓸쓸해 보였어요.” 그들의 제자리를 찾아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들’속에는 물론 자신도 있다. 서울의> 한국의>
이씨는 이번에는 즉흥성과 현장성을 버리고, 엄정성을 택했다. “이메일 인터뷰 형식을 고수했어요. 직접 만나면 ‘어’ 다르고 ‘아’ 달라지니까요.” 일인당 최소 네 작품의 대표작을 선정해 사진과 설명 등을 충분히 달아 달라는 그의 요구에 작가들은 성심껏 응했다. “넘치는 부분을 삭제해야 할 경우가 많았어요.”
그의 책은 찰나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육순의 주름진 육체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풍만한 여체도 모두 ‘퍼포먼스’라는 이름 아래 당당한 예술이 되기 때문이다. 대낮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의 ‘홀랑 벗음’은 보통 사람들을 긴장하게 했다. 모델이 하나씩 벗을 때 청소년들은 함성을 질러댔고, 공권력은 동원된 물품을 모두 압수했을 정도다. 1여년 전의 일이지만, 몰이해는 여전하다. “육체는 언어와 사유의 도구이자 철학과 예술의 도구라는 사실을 책으로 알리고 싶은 거죠.”
자신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책으로 그는 서슴지않고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을 들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접한 이래, 질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책이다. “ ‘하루살이 인생’, ‘기억의 무상함’, ‘사후 명성의 무의미성’ 같은 내용의 글들은 인생무상에 대해 천착하게 만들었고, ‘당신은 조만간 죽을 것’이라는 글귀는 너무 이른 나이에 염세적이고도 무정부주의적 세계관 속으로 빠트렸던 것 같아요.” 명상록>
최근 나온 <한국 퍼포먼스 아트 40년 40인> (예술마당 심포지움 펴냄)은 그를 박창수, 성능경, 윤명국, 이건용, 이윰, 김춘기, 이탈 등 한국의 대표적 행위 예술가들과 나란히 세워 두었다. 한국>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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