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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미디어 비평] '1人미디어'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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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미디어 비평] '1人미디어' 빛과 그림자

입력
2008.06.09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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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저 어제 새벽까지 아프리카로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 봤는데 맘 아파 죽겠어요..ㅋㅋ 나서지 못하는 제가 참 부끄럽네요." 며칠 전 내 홈페이지 방명록에 한 학생이 올린 글이다.

아프리카(afreeca.com)는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함께 다시 주목 받고 있는 인터넷 방송 사이트 명이다. 매스미디어와 달리 이 사이트에서는 일반 개인들이 'ㅇㅇㅇ 님의 방송국'이라는 이름으로 실시간 집회 상황을 하루 종일 생중계하고 있다. 집회가 없는 오전에도 이 개인 방송국을 통해서 광화문 현장 모습을 볼 수 있다.

집회 관련 방송은 단지 한 사례일 뿐이다. 자신의 이름을 붙인 방송국에서 오전 오후로 시간을 편성해서 스스로 DJ로 출연하여 음악방송을 내 보내고 실시간 채팅도 한다. 여느 연예인 부럽지 않다.

그 어렵다는 언론사 시험을 안 거쳐도 기자가 될 수 있다. 혼자 PD도, 앵커도, 그리고 카메라맨 역할도 다 해 낸다. 뉴미디어 시대에서 소위 1인 미디어의 실제 형태다. 캠코더와 TV 수신카드가 있는 노트북 한대면 누구나 어디서든 이 사이트를 통해서 방송을 할 수 있다.

여러 명이 공동으로 다양한 내용의 방송을 덧붙이게 되면 말 그대로 방송국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UCC가 활성화되면서 콘텐츠의 수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1인 미디어의 영역에서는 콘텐츠의 내용이나 질은 문제되지 않는다.

인터넷이 야기한 변화 가운데 가장 획기적인 것은 사회적 공개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폭발적인 증가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 덕에 다양한 사회적 삶들이 무한하고 정의되지 않는 가상의 대중에게 보여 질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공적 영역이 확장일로에 있는 것이다. 이 공적 영역은 한편으로는 점점 더 개인 위주로 구성되어 지리적 국경으로 한정되는 국가의 틀을 넘어서고 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개인들의 은밀한 관계나 사적인 내용이 담겨진 주제들이 공공의 영역으로 파고든다. 매스미디어만이 주도하고, 국가, 각종 공적 기관들, 사회단체, 정당 등의 결사체들만이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대중의 특징을 가진 '네티즌'이라는 불특정다수의 개인들이 이 과정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개인적 차원에서의 '자신 드러내기'와 '커뮤니케이션의 기술 습득'을 통한 '개별적 투명성', 그리고 가장 강한 힘을 지닌, 자유로운 표현을 통한 '사회적 투명성' 이라는 두 차원에서의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유토피아가 자리 잡고 있다.

어느새 우리 사회의 지배적 코드가 되어버린 '섹시 코드'나 나이에 무관하게 아무 거리낌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성형 열풍, 연예인이나 일반인이나 무엇이든 거리낌 없이 까발리는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 등은 스스로를 드러내 보이는 투명성의 한 단면이다.

여기에 소형 디지털 캠코더, 휴대폰의 동영상 기능, 컴퓨터 미디어 기능의 발달과 다양한 미디어 기술 교육의 확산은 일반 대중이 미디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투명성을 기반으로 개방되고 개인화되는 커뮤니케이션 사회는 폭력과 배제의 사회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지닌다. 1인 미디어의 캠코더는 언제든지 도처에 존재하는 CCTV의 감시의 눈으로 바뀔 수 있다.

극히 개인적인 은밀성의 공개는 심각한 음란성의 범람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과 영역의 확대는 머지 않은 장래의 미디어 환경에서 빛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기도 한 것이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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