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쇄신안의 핵심인 인적쇄신의 폭이 당초 전망보다 줄어들 조짐이다. 최근 야권이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여권 내에서도 대폭 개각론이 나오는가 하면 청와대 내부에서도 ‘수석비서관 일괄사의’ 기류가 감지돼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데 대해 청와대가 손사래를 치고 나섰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인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괄 사의 표명이라든가 조각 수준의 개각이라는 얘기는 너무 앞서 나갔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소폭이 될지 중폭이 될지는 인사권자의 뜻”이라며 ‘대폭 교체’라는 말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특히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쉽게 바꾸지 않는 것”이라며 “서울시장 시절 교통체계를 개편하면서 처음에는 불편하다고 여기저기서 책임자를 사퇴시켜야 한다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와대가 소폭 개편론을 흘리는 데는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하고 있기 때문. 장관 15명 중 3명 이상 사퇴할 경우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포함해 국무위원 정족수(15명)를 맞출 수 없다. 대폭 개편을 하면 장관 임명 때까지는 국무회의를 거쳐야 하는 각종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만약 18대 국회의 원구성이 난항을 겪으면 장관 인사청문회조차 열지 못해 수개월간 행정공백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장관 1, 2명을 교체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대신 청와대 수석비서진도 일부 교체하는 것으로 균형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가 “인적쇄신은 맨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선(先) 민생대책, 후(後) 인적쇄신’ 수순을 밟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책을 발표한 뒤 이를 추진할 장관을 대거 교체하는 것은 힘이 빠지고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각 전체를 일신하는 개편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사태를 매듭짓는 모양새만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여론이다. 인적 쇄신이 소폭에 그치면 국민이나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조차 반발할 수 있다. 상당수 의원들이 전면적 인적 쇄신을 주문하고 있다. 한 의원은 “겨우 한 두 명 교체하는 정도로 어떻게 등을 돌린 민심을 다시 얻을 수 있겠느냐”며 “청와대가 아직 사태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준표 원내대표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뜻이 중요한 것”이라며 유연한 입장을 밝혔다. 인적 쇄신이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당이 무작정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청와대와 어느 정도 의견 조율이 이루어진 뉘앙스였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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