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화숙 칼럼] 뒷걸음이나 치지 말아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서화숙 칼럼] 뒷걸음이나 치지 말아라

입력
2008.06.09 00:54
0 0

청와대 개방은 노태우씨가 대통령이던 시절 시작됐다. 어린이와 장애인이 단체로 신청하면 청와대 안을 구경할 수 있게 했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인왕산 등산로가 개방됐고 청와대 주변도로로 일반 차들이 다닐 수 있게 됐다. 음침한 내력이 서린 ‘안가’를 철거하고 무궁화동산을 조성해서 청와대 바로 앞까지 사람들이 오게 했다.

김대중 정부는 청와대 관람을 누구나 할 수 있게 했으며 청와대에 붙어있는 칠궁의 문을 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이 개방되고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 길까지 등산객이 다니게 됐다.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이미 시민들에게 충분히 열린 공간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청와대 분수대 광장을 조성하고 시내버스까지 다니게 한 것은 낭비로 보였다. 사이에 2차로 도로가 있어서 물에 손을 담그지 못한달 정도였지 분수대가 금기영역도 아니었고 청와대 길에서 100미터도 안 떨어진 옆길로 시내버스가 다녔다. 그러나 이런 낭비도 전 대통령들보다 국민들에게 더 잘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여겨 곱게 봐주려고 했다.

막힌 청와대길, 다시 나온 폭력경찰

그러나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폐쇄공간이 되었다. 경찰차가 막고 출입을 제한한다. 특히 촛불집회가 불붙은 지난 주말부터는 주변길까지 출입을 통제했다. 청와대 노선버스가 평소보다 빠르게 끊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옆길로 다니던 버스까지 노선이 엉켜버렸다. 청와대 주변 주민들이 집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일일이 통제를 받았다.

이리 가면 저리로 가라 하고 저리 가면 다시 이리로 가야 한다고 해서 집을 앞에 두고 차로 두 시간을 뱅뱅 돌다가 울화통을 터뜨리며 신문사로 전화한 사람도 있다. 4.19때와 비교하는 말까지 돌았다. 아예 광화문에서 출입을 막아서 먼 길을 걸어야 했고 어떤 구간은 신분증을 내보여야 통행이 가능했다.

평범한 시민들이 청와대에 접근할까봐 전전긍긍할 것이면 분수대 광장을 만든다고 멀쩡한 길은 왜 뜯어내며 평균 승객이 600명이 못되면 있던 버스노선도 사라지는 판국에 하루 250명이 타는 노선을 왜 만들었나. 가장 무서운 것은 마치 80년대로 돌아간 듯 시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경찰의 등장이었다. 정직하게 소박하게 앞으로 갈 길을 호들갑을 떨면서 역사적으로 뒷걸음치는 것, 이게 바로 이명박 정부가 100일 동안 걸어온 길이다.

미 중 일에 무시당한 외교

미국과 당당하게 대등한 관계를 가지면 되는 것을 미국 대통령의 개인별장에 초대받는 것이 대단한양 여기다가 영어조문조차 제대로 읽지 못해서 엉터리 쇠고기 협상을 맺어왔다. 일본 방문을 했나 싶으면 일본 정부는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표기하겠다고 나온다.

중국 방문을 했나 싶으면 중국 정부가 남의 나라 외교관계에 대해 흰소리나 치게 만든다. 가는 시기도 어쩌면 그렇게 못 맞추는지 미국에 갈 때는 교황 방문과 겹쳐, 중국에 갈 때는 대만 국민당 주석의 방문과 겹쳐, 화제에서 밀려났다.

내 자식을 나는 꾸짖어 키워도 밖에 나가 혼나고 들어오면 속상한 법인데, 어찌 된 대통령이 나가는 족족 핫바지 취급을 당하고 온다. 외교 일정이라는 것이 모두 사전에 조정이 되는 것인데 결과가 뻔한 이런 일을 조율할 전문가가 이 정부에는 한명도 없는가. 아니면 대통령이 하겠다고 하면 모두가 입을 다물어버리는 상태로 청와대조차 뒷걸음을 쳤는가. 부도덕할지언정 능란하기는 할 줄 알았더니 전혀 아니었다.

그 탓에 멀쩡하게 공부하고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할 시민들은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느라 목이 쉬도록 쌀쌀한 광장에서 외쳐야 하고, 빠른 길을 두고 돌아가느라 지친다. 이명박 정부여, 제발 이젠 그만 나서고 대한민국이 이뤄놓은 것이나 까먹지 않게 과거를 돌아보고 생각이란 것을 해보고 행동하기 바란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