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펀드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고객이 손실을 입었을 경우 은행 측에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9부(부장 최재형)는 펀드에 1억원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김모(62)씨가 펀드판매 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은행은 김씨에게 4,95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김씨는 2004년 8월 예금 출금을 위해 모 은행의 지점을 방문했다가 직원의 권유로 주가지수연계증권을 개설, 1억원을 투자했다. 김씨가 가입한 이 펀드는 코스피200 주가지수가 20% 이내에서 변동할 경우에만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지수 등락률에 따라 만기 때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은행직원은 김씨에게 “언제든 환매가 가능하지만 손실이 발생해도 6개월마다 만기가 자동 연장되니 결국엔 수익 가능성이 높다”고만 했을 뿐, 이익이 생길 확률이나 만기 때 원금 손실이 최대 100%에 이를 수도 있다는 위험성 등은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김씨의 요청이 없자 투자설명서나 약관 등도 교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6개월 뒤 주가지수의 급상승으로 6개월마다 코스피200 지수의 상승률은 20%를 초과했고, 김씨는 계속 손실을 입은 끝에 3년 뒤 만기 때 계좌에는 80여만원만 남게 됐다. 이에 김씨는 원금을 보장해 달라며 소송을 냈고, 원고패소 판결한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은행의 책임을 50% 인정했다.
재판부는 “은행 직원은 김씨에게 손실 발생 가능성과 그 범위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이는 투자행위에 따르는 위험성에 대한 고객의 올바른 인식 형성을 방해하거나, 투자상황에 비춰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 권유한 부당권유 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도 약관이나 투자설명서를 받아 세밀히 검토했다면 이 상품이 중도 환매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음에도, 은행직원 설명만 듣고 투자신탁에 가입했다”며 은행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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