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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세진 인터넷 대중… 추락하는 대통령 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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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세진 인터넷 대중… 추락하는 대통령 권위

입력
2008.06.09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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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술자리의 주된 안주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세인들의 거친 말 속에 대통령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인터넷에는 이 대통령을 조롱하는 각종 비난 글과 패러디 사진이 넘쳐난다. 음울한 음악을 배경으로 이 대통령의 잔여임기를 표시하는 ‘이명박 퇴임시계’까지 등장했다. 도무지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여기지 않는 게 요즘 분위기다.

이 같은 시중 여론은 지지도가 수치화해 보여준다. 최근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 조사에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16.9%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기록한 최저 지지도(12.6%)를 조만간 갈아치울 태세다. 유권자 1,149만여명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 게 불과 6개월 전이다. 전례없는 급락이다.

이런 사태에는 이 대통령 본인과 참모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잦은 말 실수, 편중인사, 한쪽만을 대변하는 편향된 모습을 지켜 보고서 많은 국민들이 경외심과 기대를 접어버렸다.

함성득 고려대 교수는 “이 대통령이 말이 안 되는 국정 운영을 해왔고 일부 언론이 이를 옹호하면서 화를 키웠다”며 “환경과 제도를 탓하기 전에 이 대통령부터 바뀌지 않으면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이 직접 뽑은 문민 대통령이라는 사실만으로 정통성과 권위가 섰던 시절도 있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 같은 권위를 바탕으로 임기 후반 레임덕이 올 때까지는 주도적인 국정운영을 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좀 이상해졌다. 임기가 한창인 대통령의 권위가 서지 않았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곧 권위가 보장되는 시대는 지났다”며 “국민들이 대통령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것과 권위를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급기야 이 대통령은 출범 100일도 되지 않아 지지율이 10%대를 헤매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대통령의 경우 특히 힘겨웠던 경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입은 상처가 취임 후 실정과 겹쳐 덧난 측면도 있다.

민주화 정착과 인터넷 대중화도 관련 있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씨는 “이제 권력은 대중에게 완전히 넘어갔다”며 “인터넷으로 무장한 대중의 정보력이 대통령 등 선출 권력을 우습게 아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의 도래가 인터넷이 국민 속으로 파고든 시기와 일치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점이 있다. 이 대통령을 겨냥한 탄핵이 처음 나온 곳도 인터넷이다. 인터넷에는 정책 실패에 대한 합리적인 지적과 비판도 많지만, 황당한 논리에 근거한 비난과 말초적 감정만 자극하는 욕설로 채워진 글들도 많다. 관심을 끌기 위해 조롱과 비하의 강도는 점점 세진다.

대통령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 문화는 야당 시절 한나라당이 만들어낸 측면도 있다. 거칠게 대통령을 몰아 붙였고, 급기야 취임 1년 밖에 안된 대통령을 탄핵의 장으로 내몬 게 한나라당이었다. 결국 이런 것들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지적이다.

어쨌든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권위가 서지 않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대통령은 나라의 중심이고 상징이다. 대통령의 권위가 필연적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제도적, 문화적 허점은 없는지 진지하게 점검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최근의 위기에 대한 1차적 책임은 대통령과 정부에 있지만 국민도 인내를 갖고 새 정부에 최소한의 시간을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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