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시위대가 쇠파이프와 삽을 들고 경찰에 폭력을 휘두르는 등 시위 양상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경찰도 폭력 시위자 전원을 사법처리키로 하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주에는 6ㆍ10 민주항쟁 21주년, 효순ㆍ미선양 6주기(13일), 6ㆍ15 남북공동선언 8주년 등을 기념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고돼 있어, 자칫 경찰과 시위대 간 정면 충돌 및 대규모 연행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삽과 쇠파이프, 각목은 5일부터 계속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 마지막 날인 8일 새벽 시위 때 등장했다.
7일 밤까지만 해도 촛불집회는 도심 거리에서 각종 공연이 이어지고 가족ㆍ친구 단위로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는 등 예전과 다름없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8일 새벽부터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면서 거리 시위는 촛불집회 시작 이후 가장 격렬한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시30분께 안국동 로터리 부근에서 인근 공사장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전경 기동대 버스 지붕 위로 올라와 전경이 갖고 있던 방패를 빼앗은 남성 1명을 검거해 조사 중이다.
8,000여명이 운집한 세종로 일대에서도 오전 2시께 일부 시위대가 기동대 버스를 밧줄로 묶어 대열에서 끌어낸 뒤 버스 사이에 고립된 10여명의 경찰을 향해 삽과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시위대에 몰렸던 경찰은 주차된 버스 틈새로 피신해 크게 부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다리를 타고 기동대 버스 지붕으로 올라갔던 한 남성이 전경과 몸싸움을 벌이다 추락,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시위대의 거친 공세에 경찰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양측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일부 흥분한 전경들은 현장 지휘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를 향해 물병을 던지고 욕설을 퍼붓는 등 돌출행동을 보였고, 분말 소화기를 시위대 얼굴을 향해 직접 뿌리기도 했다.
결국 경찰의 강제 해산 과정에서 시민 수십여 명이 경찰이 휘두른 진압봉과 방패에 맞아 상처를 입는 등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전경 40여 명도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시민들이 “비폭력”을 외쳤지만 흥분한 일부 참가자와 전경들을 자제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일부 시위대가 과격 폭력 양상을 띠자 경찰은 물대포 사용 자제 방침을 재검토하는 등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이송범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은 8일 언론 브리핑에서 새벽 시위 상황에 대해 “70, 80년대를 떠올리게 할 만큼 극렬했다”며 “폭력 행위자는 사법처리 하는 등 엄정 대처하고,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측에 훼손된 경찰 장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시위 현장에서의 쇠파이프 등장과 관련한 담화문을 발표, “최근 시위가 과거처럼 격렬하고 폭력적인 양상으로 변질되는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국민일반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된다면 정부로서는 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도 이날‘평화집회 호소문’
을 발표,“ 지난 31차례 촛불문화제에서 일관되게 비폭력 원칙을 견지해온만큼 경찰의 폭력 유발 행위에 넘어가선 안된다”며 자제를 호소했다. 또 10일로 예정된‘100만촛불대행진’을평화적으로 치르는 내용의 국민행동 지침을 공개했다.
한편 시청 앞 서울광장 촛불집회는 8일에도 계속됐다. 오후 7시를 기해‘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행사는 끝났지만 6,000여명의 집회참가자들은“미국산 쇠고기수입반대”“이명박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가두시위를 한 뒤 밤늦게 자진해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