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역사적 흑백 대결을 펼치게 됐지만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백악관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크고 작은 관문들을 통과해야 한다. 미국 사회는 흑인인 오바마 의원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택함으로써 인종의 벽을 허무는 1차 실험에 성공했으나 오바마 의원이 11월 대선 본선에서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장애물도 다름아닌 인종의 장벽이다.
오바마 의원은 민주당 경선에서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제압하기는 했지만 경선 후반으로 갈수록 백인 생산직 근로자 계층의 지지확보에서 취약점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역대 미 대선에서 민주ㆍ공화 양당의 주요 접전지가 됐던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주 등 경선에서 힐러리 의원에게 패했고 힐러리 의원은 이를 근거로 자신의 본선 경쟁력을 주장하기도 했다. 백인 생산직 근로자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지지기반이었다는 점에서 이들이 인종적 이유에서 투표를 포기하거나 매케인 의원을 선택할 경우,오바마 의원은 2중의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매케인 의원은 기본적으로 보수 노선을 택하고 있으면서도 당내 '이단아'로 불릴 정도로 독립성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민주당으로부터 등을 돌린 백인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 인종 문제의 폭발성은 오바마 의원의 전 담임목사 제레미야 라이트의 인종갈등 조장 발언이 불거졌을 때 오바마 의원의 전국적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데서도 확인된다.
오바마 의원이 중남미 출신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의 지지에서도 힐러리 의원에게 뒤졌었다는 점은 시급히 경선 후유증을 극복하고 힐러리 의원과 당내 단합을 이뤄야 할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힐러리 의원 지지자들 사이에서'오바마보다는 차라리 매케인을 찍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힐러리 의원 지지자들의 이탈 방지는 오바마 의원의 본선 승리를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힐러리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든, 아니든 그의 전폭적 지지를 얻어야 하는 점이 오바마 의원에게는 지도자로서의 정치력을 시험하는 또 다른 무대가 되고 있다.
현재 전국 단위의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매케인 의원을 앞서가고 있다는 점은 오바마 의원에게는 매우 고무적이다. 오바마 의원이 하기에 따라서는 앞으로 '플러스 알파'를 착실히 챙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전 실패와 경제적 위기로 상징되는 공화당 조지 W 부시 정부의 실정이 오바마 의원에게는 원군이고 매케인 의원에게는 치명적 약점이다. 매케인 의원은 이를 의식, 부시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 반대 등에서 부시 대통령 노선을 따르고 있어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오바마 의원이 최초 흑인 대통령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최대의 무기는 변화의 바람으로 젊은 세대들을 투표장에 불러내는 마력이다. 매케인 의원이 여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기반과 민주당 이탈자들을 모두 흡수하고도 대선에서 패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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